남자 프로배구 통합 3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이 ‘왕조’ 건설의 시동을 걸었다.
대한항공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 1차전에서 세터 한선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 아래 주전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현대캐피탈을 3-1(20-25 25-23 25-23 25-17)로 눌렀다. 역대 17번 열린 남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12번으로, 그 확률은 70.59%에 달한다. 두 팀의 챔프전 2차전은 하루 쉰 뒤 다음달 1일 인천에서 열린다.
이번 챔프전은 대한항공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다. 현대캐피탈에서 공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전광인이 정규리그 막판 당한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여기에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를 3경기 치르며 14세트를 소화해 지난 19일 이후 열흘 이상 푹 쉰 대한항공에 비해 체력 소모도 훨씬 심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기선을 먼저 제압한 것은 현대캐피탈이었다. 한국전력과의 명승부 끝에 극적으로 챔프전에 진출해 사기가 오른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1세트부터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다 이번 봄 배구에서 전광인의 대체자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이시우가 세트 초반 서브 득점 2개 포함 6개의 서브를 연달아 넣으며 상대 리시버들을 흔든 끝에 세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1세트엔 경기 리듬이 회복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대한항공이지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팀의 위용을 회복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세트에도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거셌지만, 상대 실수를 포착해 곧바로 반격해내는 대한항공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되살아났다. 접전 끝에 2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3세트도 접전 상황에서 행운마저 따랐다. 3세트 24-23에서 링컨의 서브가 네트를 맞고 그대로 현대캐피탈 코트 가운데에 떨어진 것.
2,3세트를 연달아 가져오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대한항공에 기울었고, 4세트는 세트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력 자체는 엇비슷했지만, 확실히 경기 양상은 대한항공의 객관적 전력 우세대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그 중심엔 역시 세터 한선수가 있었다. 여유 넘치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동료들에게 편안한 공격 상황을 만들어줬다. 한선수의 가장 많은 부름을 받은 링컨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8점을 몰아쳤고, 정지석과 곽승석도 각각 16점, 14점으로 그 뒤를 든든히 받쳤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