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5일 방한한 존 오소프(Jon Ossoff·조지아 주·민주당) 미국 상원의원과 만나 조찬 모임을 갖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에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만 36세인 오소프 의원은 2021년 당선 뒤 이미 박 장관과 여러 번 소통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공장이 건설되고 있으며, 태양광 에너지기업인 한화큐셀 공장도 있는 조지아주는 미국 내 한국 기업의 대표적 투자 지역으로, IRA 등 경제외교 이슈에서 한국 외교·산업계의 눈길이 가장 쏠리는 지역 중 하나다.
외교부는 이날 박 장관이 오소프 의원과 만나 조찬을 함께 하고, 한·미 동맹 70주년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평소 친분이 있던 오소프 의원에게 특히 IRA 발효 이후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관심을 요청했다고 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협조도 당부했다.
오소프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 등 복합적 위기 속에 민주주의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고, 조지아주 내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오소프 의원은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차 전날 나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날 조찬 모임은 오소프 의원이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1987년생인 오소프 의원은 2021년 상원의원 당선 전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탐사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의정활동 초반이지만 당선 직후부터 한국과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의욕적으로 상원 내에서 한국과 관련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박 장관과도 꾸준히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 코커스(한국에 관심을 갖는 상·하원 의원들의 모임) 소속이기도 하다.
이번 방한에서는 박 장관 뿐만 아니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김동관 한화 부회장, 박학규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연이어 만나며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 기록(29세)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오소프 의원도 30대 젊은 상원의원으로서 바이든 대통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초선 상원의원인 만큼 향후 미국 정가에서 ‘지한파’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과거 공화당 강세였던 조지아 지역에서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당이 선전하고 있는 만큼 당내 입지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조찬에서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안보·경제·기술 등 전방위 분야에서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서 오소프 의원이 그간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준 점에 대해 특히 감사를 표했다. 또 조지아 주 내 한국 기업의 진출 및 투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조지아주 주도 애틀랜타에는 한인들이 밀집해있을 뿐만 아니라, 조지아 주 전체에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13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2009년 기아가 조지아주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했을 당시 주민들이 ‘신의 선물’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한국 기업의 지역 경제 기여가 크다.
박 장관은 전날에도 한국을 찾은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대표단 9명과 만나 만찬을 갖고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는 우리 파트너십의 중요한 축”이라며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동의 전념으로 다져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더 유망한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매콜 위원장(텍사스)은 이 자리에서 “한·미 동맹은 경제동맹이자 안보동맹”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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