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기업 71% “긴축 경영 돌입”
과반은 정부 지원정책 몰라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로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제조업 업황은 악화일로를 걷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 정책 효과로 물가,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지만 기업 10곳 중 7곳은 비상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제조기업들이 가장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 기조의 전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9일 발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 결과에 따르면 66.3%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손익분기 상황’인 것으로 응답했다.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기업이 24.3%, 적자가 심화했다는 기업은 11%에 달했다.
고금리가 업황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가, 환율 모두 진정 국면임에도 기업 자금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월 4.2%로 1년 만에 3%포인트가량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장중 1444원 정점에서 하락해 13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고, 외환보유고 역시 지난해 10월 4140억달러로 바닥을 친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기준 4260억달러로 올라섰다.
대한상의는 현재 기준금리 3.5%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9월 대한상의 조사에서 기업들은 감내 가능한 기준금리 수준을 2.91%로 조사한 바 있다. 기준금리가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고, 3.5%에 다다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7곳(71%)은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비상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했다. 긴축경영 조치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이하 중복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순이었다.
기업들은 정부의 고금리 지원대책에 거는 기대가 낮았다. 응답 기업 10곳 중 6곳(60.7%)이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차보전사업 등 고금리 관련 정부 정책을 알지 못했다. “지원책을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기업도 17.3%였다. 지원책 효과가 낮은 이유론 ‘지원 대상이 제한적’(35.5%)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정부에 가장 바라는 지원책으로 ‘고금리 기조의 전환’(58.7%), ‘세제지원 등 비용 절감책’(26%) 등을 꼽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 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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