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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에 민식이법 무색… 대낮 인도서 무방비 사고

입력 : 2023-04-09 19:09:42 수정 : 2023-04-09 22: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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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또 스쿨존 참변
만취 차량 돌진에 규제 ‘무용지물’
어린이 교통사고 매년 500건 수준
전문가 “국민인식 맞춘 처벌 필요”

대통령실은 “통행량 따라 속도 상향”
스쿨존 내 속도제한 탄력운영 발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대전에서 발생한 스쿨존 사망사고는 주말 대낮 보행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등’을 울렸다. 사고가 난 곳은 초·중·고교와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대전 대표 학군이다. 인근에 학원 밀집 지역이 있어 평소에도 학생이 많이 다니는 인도였다. 스쿨존에선 차량 속도가 시속 30㎞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만취 차량의 돌진에 이 같은 규제는 무용지물이었다. 2020년 시행된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인도 올라선 차량 8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스쿨존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 1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난 현장 모습. 연합뉴스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스쿨존 사망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이 음주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28%였다. 앞서 지난해 7월 경기 평택시에선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굴착기 운전자는 당시 신호를 위반해 운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감소 추세라 보기 힘들다. 2018년 435건이던 사고 건수는 2019년 567건으로 치솟았고, 2020년(483건) 줄어드는 듯하다가 2021년(523건) 다시 500건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481건)에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매년 평균 500건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스쿨존 교통사고의 어린이 사망자 역시 연평균 2∼3명 수준으로 계속 발생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권모(42·대전 탄방동)씨는 “주말 대낮에 누가 어린 학생들이 사고를 당할 것으로 생각하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음주운전 단속 강화와 함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다시 일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건 69건 중 1건에 불과했다.

 

학부모 박모(40·대전 둔산동)씨는 “음주단속에 걸리면 실형으로 이어지는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며 “상시적 음주단속은 물론 음주운전자와 방관한 이들까지 모두 처벌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시민 의식 제고와 실제 처벌이 법적 기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스쿨존 사망사고 발생 시 선고에서 법적 기준보다 형량이 낮아지는 사례가 있다”며 “국민 인식과 눈높이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야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스쿨존 내 속도제한을 시간대별로 탄력 운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2차 정책화 과제’에서 ‘도시 속도제한’(어린이보호구역 등) 정책의 탄력 운용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2021년부터 시행 중인 도시 속도제한 정책이 보행자 통행량, 도시 내 지역적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경직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며 “보행자 통행량이 적고 사고 위험이 낮은 구간의 경우 제한속도를 상향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제한을 시간대별로 탄력 적용하는 방안의 전국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이현미·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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