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자영업자들이 산불 피해 주민과 산불 진압 공무원에게 온정을 나누고 있다. 현 상황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힘을 보태겠다는 것.
11일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을 타고 민가 등으로 불길이 확산돼 인근 주민은 급히 산불을 피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돈은 안 받으니 그냥 와서 쉬라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오전에 산불이 났던 11일 낮 12시께 강릉 강문동의 ‘허씨커피’ 사장 허영준씨(42)는 인스타그램에 A4 종이에 직접 적은 글을 사진으로 찍어 게시했다.
게시 사진에는 “강릉시 화재관련 소방 경찰 군인 기타 공무원 분들께 커피를 무상제공 합니다 (긴급대피 하시는 분들도 오세요)”라고 쓰였다.
그러면서 해시태그 ‘#더불어사는세상’을 달고, 사진 아래 글을 통해 “당분간 커피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10년 넘게 경포수난전문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다”며 “현재 긴급 대피하여 가실 곳 없는 분들에게 정말 간단한 요기거리와 음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글 말미에는 “저는 이제 산불 진화 지원 갑니다. 더불어사는 강릉시 강릉시민분들 화이팅”이라고 마무리했다.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데는 허씨의 아내 역할도 컸다.
허씨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강원도권에서 산불이 많이 나다 보니 활동을 하러 가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쉴 곳이 늘 모자랐다”며 “고맙게도 와이프가 이런 날은 어차피 장사도 잘 안 되니 커피와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산불 진화 작업 후 카페로 복귀한 허씨는 “저는 불을 끄러 나갔고, 그 사이 와이프가 SNS에 글을 올렸다”며 “오늘 하루 500잔의 커피가 나갔다고 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소방관, 경찰분들이 테이크아웃을 많이 해가셨다고 하더라”며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릉 주문진의 ‘카페1126’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페 매장이긴 한데 불편하시더라도 음료 제공해 드리고 매장에 그냥 계셔도 괜찮습니다. 돈 일절 받지 않습니다. 아이 있으신 분은 햇반이나 김 간단한 반찬은 있으니 급해서 챙기지 못한 분들도 오세요. 매장에 머물러 계셔도 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개인 연락처까지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제가 뭐라도 하고 싶은데 지켜만 보는 건 아닌 거 같아 용기내서 글 올려요”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릉 유천동의 한 반려견 동반 카페도 “급하게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대피하셔야 하는 분들 카페로 편히 오시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카페 사장은 “사료랑 물도 못 챙기신 분들 계실 텐데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면서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으셔도 된다. 아이들과 함께 계실 곳 제공해드리고자 하니 편하게 방문해달라”고 했다.
강릉 교동의 반려동물 미용업소도 “예정된 오픈 일정을 잠정 연기하고 반려동물의 대피 장소를 제공하겠다”며 연락처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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