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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을 읽고 쓰는 힘, 곧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독해력이란 말을 국어가 아닌 외국어 수업 시간에나 듣고, 작문력이란 단어는 아예 듣기조차 어려운 현실인지라 무척 반갑다. 뒤늦었지만 언어 능력에 대한 이해가 낮은 문화를 개선하기 좋은 기회이다.

그런데 문해력을 기를 방법이 문제이다. 낱말이나 문법 따위를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력’은 지식보다 힘(능력)의 문제이다. 운전에 관해 많이 안다고 운전을 잘하지는 못한다.

예로부터 글공부 방법으로 많이 읽고(다독), 많이 지으며(다작), 많이 생각하라(다상량)고 해왔다. 맞는 말이나 이 ‘삼다(三多)’는 추상적이다. 과거와 달리 글 종류가 다양하고 노동이 대개 언어 능력을 요구하는 지식산업 시대에 어울리는, 누구나 어디서든 실천할 구체적 방법이 필요하다.

‘소설 효과’라는 게 있다. 청소년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를 분석해 보니, 소설을 읽는 사람이 다른 것을 읽는 사람보다 글 이해력이 높았다. 한편 성인 대상의 어느 연구는, 소설 가운데 문학성이 높은 작품을 읽는 이가 흥미 위주의 대중적인 작품을 읽는 이보다 공감 능력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좋은 소설을 많이 읽는 게 독해력은 물론 고도의 정신 능력 기르기에 효과가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삶을 재현하는 이야기(서사) 문학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교재에 자주 실리는 김유정의 ‘봄봄’을 예로 들어, 그걸 읽을 때 일어나는 정신 활동을 살펴보자. 독자는 읽으면서 ‘마름’ ‘성례’ 같은 단어와 데릴사위 풍습 따위를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안다. 또 줄거리를 잡기 위해 기분대로 서술된 싸움의 과정을 재구성한다. 동시에 표면적 사건들 이면의 인과관계를 추리하여 주인공이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인지 끝내 지고 말 것인지 상상한다.

소설,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읽을 때 일어나는 이런 복합적 내면 활동이 바로 소설 효과이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스크린을 ‘보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것, 그것도 감각적 자극보다 인간과 삶의 진실을 체험시키는 작품을 감상하는 게 문해력과 내면 능력의 근육을 기르는 데 이롭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유의할 점이다.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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