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의 파행으로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가운데, 노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원활한 협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시작부터 파행 겪은 최저임금 협상
최임위는 당초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려던 첫 전원회의를 열지 못하고 취소했다. 노동계가 회의장 안팎에서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의 사퇴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고, 박준식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회의장에 불참하면서 취소된 것이다. 최임위 측은 “박 위원장은 회의장 내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고 공정한 심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공익위원들의 일치된 건의를 수용해 전원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가 취소된 것을 두고 최임위와 노동계는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최임위는 “전원회의 시 위원 외에는 근로자와 사용자 측 각 6명씩만 배석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사무국은 합의된 배석 인원 외 시위자들에게 수차례 퇴장 등 장내 정리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이 끝나면 배석자를 제외한 기자들과 다른 참석자들(노동계 인사 등)이 퇴장한 뒤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위원장이 노동자들의 의사 전달 기회조차 박탈한 채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이야기하고 싶으면 이 자리까지 찾아왔겠느냐”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의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 굉장히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노동계는 권 교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권 교수는 정부 노동개혁의 방향을 권고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 활동했다. 노동계는 전원회의 직전 기자회견에서 “(권 교수가)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과로사를 조장하는 장시간 노동을 주장하고 노조와 노동자 탄압을 주도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익위원들이 2년 연속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근거도 없는 산출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공익위원들 의견을 조율하는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권 교수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치열한 장외전 속에 사상 첫 1만원 관심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시작 전부터 치열한 장외전이 시작됐다. 노동계는 통상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인 6월쯤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첫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양대노총의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4.7% 오른 1만2000원이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는 아직까지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경영계의 한 축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2일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간 입장 차가 현격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1만원까지 380원 남은 상태다.
특히나 올해는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정 갈등 속에 고물가와 경기침체 등의 악재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첫 전원회의가 불발된 가운데 최임위는 “빠른 시일 내 세종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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