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 “사업 중단하라” 반발
구청장 “수령 오래돼 탄소 흡수 못해
친환경 벌채로 주민 우려 없게 추진”
“지속가능한 산림을 만들려는 것이지, 절대 자연훼손이 아닙니다.”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은 19일 봉산 편백나무숲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은평구 봉산 일대는 2014년부터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채택돼 편백나무숲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까지 편백나무 1만2400주가 순차적으로 식재됐다. 은평구는 무장애숲길을 설치하는 등 이곳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은평구가 지난 2월 말 편백나무숲 확장을 위해 7000㎡ 면적 238주의 나무를 벌채하면서 자연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은평구가 멀쩡한 나무를 베고 인공림을 조성해 숲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내 환경단체 연합인 기후행동은평전환연대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은평구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건강한 자연림이 무참히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을 근거로 들며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흡수 능력이 좋음에도, 은평구가 무분별하게 나무를 벴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올해 편백나무숲 확대 구역은 기존 4영급(수령 31~40년생) 이상의 아까시나무림 구간”이라며 “대부분 나이가 많아 잎이 거의 없어서 탄소흡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무들이다. 뿌리도 약해져 여름철 태풍이 오면 쓰러질 확률이 높아 주민 안전 측면에서도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이처지는 나무 크기(지름)를 기준으로 성장률과 탄소흡수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을 뿐, 나이와 관계를 규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급구조를 개선하면 숲의 연간 생장량이 증가해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편백나무를 선택한 데 대한 찬반 논란도 있다. 김 구청장은 “편백나무는 탄소흡수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피톤치드를 많이 발산하며 아토피 예방에 좋다”며 “매년 산불이 큰 문제인데, 편백나무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화수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봉산은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편백나무 시범식재에 성공한 곳으로, 현재 활착률(식재목의 생존율)이 96%에 달한다”며 “편백나무숲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의 ‘치유의 숲’처럼 나중에는 은평구와 서울시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편백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를 지적하며 김 구청장에게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김 구청장은 “산림청에 따르면 편백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없다”며 “편백나무 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오히려 참나무·소나무류가 알레르기를 더 많이 일으킨다는 논문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7년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팥배나무 군락지도 350m 떨어져 있어 편백나무숲 확장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며 “편백나무가 자랄 곳은 한정적이다. 봉산의 기존 나무를 다 베고 무작정 편백나무를 심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적극 검토하고, 친환경 벌채방법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산림이 되도록 관리하겠다”며 “되도록 살릴 나무는 살리고, 어쩔 수 없이 베야 하는 나무는 최소화하며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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