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원 개원의 등 중심으로 진행
전국적 집단 휴원·휴진 사태는 없어
의사협회 “파업 참여 집계 따로 안 해”
일부 의원 “예약환자 있어 참여 못 해”
“정부 대응 보고 동참 예정” 밝히기도
부산·대전 등서 단축 운영·집회 개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3일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현장에선 큰 진료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연가 투쟁이나 단축 진료에 들어갔다.
이날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분파업이 지역 개원의와 간호조무사를 중심으로 진행돼 전국적인 집단 휴원·휴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동네의원 40여곳을 둘러본 결과, 실제 파업에 돌입한 의원은 찾기 어려웠다. 의원들은 대부분 “파업 계획이 없다”고 했고, 의료계 파업 소식을 모르는 곳도 있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따로 집계하지 않아 의원 몇 곳이 파업에 동참하는지 협회에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료연대는 연가 투쟁으로 인한 환자 불편 등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를 오후 5시 이후로 잡았고, 참여 여부나 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파업이 급하게 결정된 만큼 일부 의원 사이에선 “파업에 동참하고 싶어도 예약 환자가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종로구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만난 20년 차 의사는 “6개월이나 일주일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둔 분들이 있어 문을 닫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 예약 환자 (진료를) 끝내고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가 간호법을 악용해 개업까지 하면 분업에 문제가 생겨 영역 다툼이 일어나고, 병원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인기몰이를 위한 정책을 만들지 말고 의료는 의료 전문가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노원구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의사는 의료 실수를 하면 면허 취소가 되는 등 처분이 따르지만, 간호법은 별다른 제재가 없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은 동네의원의 파업이 확대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진료를 보러 의원을 찾은 대학생 정모(24)씨도 “병원들이 파업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병원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면 다시 시간을 내서 나와야 하니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외과에선 평소보다 적은 환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의료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를 봤다. 대전의사회장을 맡은 대표원장 등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파업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다른 의료진이 진료를 이어갔다. 이 병원은 간호법 반대 투쟁을 위해 2시간 일찍 문을 닫는 단축 진료를 했다.
전북 지역 의사들과 간호조무사 등으로 구성된 전북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같은 날 오후 5시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야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간호법 철회 집회를 열었다. 전북의 개인병원 의사들은 오후 4시까지 근무,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부산 지역 의료계 역시 이날 오후 5시30분 부산진구 서면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서면 금강제화 앞에서부터 민주당 부산시당사까지 약 1㎞ 구간을 걸으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연대는 오는 11일 2차 연가 투쟁 및 진료단축 투쟁에 이어 용산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으로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대전시의사회 관계자는 “외래 진료 환자의 의료 불편 최소화를 위해 부분파업을 하고 있지만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 처리가 백지화되지 않으면 전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피해는 환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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