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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 부분파업 첫날… 집단 휴원·휴진 사태는 없었다

입력 : 2023-05-04 06:00:00 수정 : 2023-05-04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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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원 개원의 등 중심으로 진행
의사협회 “파업 참여 집계 따로 안 해”
일부 의원 “예약환자 있어 참여 못 해”
“정부 대응 보고 동참 예정” 밝히기도

소수 직역 ‘간호법 반대’ 적극 동참, 왜?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제한’ 위헌 주장
응급구조사·방사선사 등 “생존권 위협”
복지부 ‘반대 입장 옹호’ 카드뉴스 논란
간호협 “직역 간 갈등 증폭시켜” 비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3일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현장에선 큰 진료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연가 투쟁이나 단축 진료에 들어갔다.

이날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분파업이 지역 개원의와 간호조무사를 중심으로 진행돼 전국적인 집단 휴원·휴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서울 시내 한 병원 진료실에 진료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있는 동네의원 40여곳을 둘러본 결과, 실제 파업에 돌입한 의원은 찾기 어려웠다. 의원들은 대부분 “파업 계획이 없다”고 했고, 의료계 파업 소식을 모르는 곳도 있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따로 집계하지 않아 의원 몇 곳이 파업에 동참하는지 협회에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료연대는 연가 투쟁으로 인한 환자 불편 등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를 오후 5시 이후로 잡았고, 참여 여부나 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파업이 급하게 결정된 만큼 일부 의원 사이에선 “파업에 동참하고 싶어도 예약 환자가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종로구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만난 20년 차 의사는 “6개월이나 일주일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둔 환자들이 있어 문을 닫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 예약 환자 (진료를) 끝내고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가 간호법을 악용해 개업까지 하면 분업에 문제가 생겨 영역 다툼이 일어나고, 병원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인기몰이를 위한 정책을 만들지 말고 의료는 의료 전문가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원구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의사는 의료 실수를 하면 면허가 취소되는 등 처분이 따르지만, 간호법은 별다른 제재가 없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은 동네의원의 파업이 확대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진료를 보러 의원을 찾은 대학생 정모(24)씨는 “병원들이 파업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병원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면 다시 시간을 내서 나와야 하니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오른쪽)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철폐를 위한 보건의료연대 투쟁 로드맵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이날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외과에선 평소보다 적은 환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의료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료를 봤다. 대전의사회장을 맡은 대표원장 등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파업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다른 의료진이 진료를 이어갔다.

전북 지역 의사들과 간호조무사 등으로 구성된 전북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같은 날 오후 5시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야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간호법 철회 집회를 열었다. 부산 지역 의료계 역시 부산진구 서면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사까지 약 1㎞ 구간을 걸으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의료연대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규탄 대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1000여명의 협회원들은 거리에 모여 ‘간호법 폐기’, ‘민주당 심판’이라고 적힌 붉은색 피켓을 흔들었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에 대해 “보건의료 약소직역 생존권박탈법”, “한국판 카스트제”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간호법 반대 단식 투쟁 중 병원에 후송됐던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 회장도 현장을 찾아 병상에 누운 채 입장문을 낭독했다. 곽 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라며 “반헌법적인 ‘고졸’ 학력 제한을 없애 달라는 것”이라고 흐느끼며 호소했다. 의료연대는 국회의사당역부터 민주당 당사까지 가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전충남지부 등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구성원들이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특혜법 철폐와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간호사에게만 특혜 주는 악법”… 고유업무 침해·서열화 우려 커

 

간호법 제정안 등에 반발해 3일 집단 연가 등 부분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계 직역단체들 중엔 대한의사협회(의협)뿐 아니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 소수 직역은 간호사 업무 영역이 의료기관(병원)에서 ‘지역사회’로 확대되면 자신들 고유 업무가 침해되고 서열화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보건의료계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에 따르면 이번 간호법 투쟁의 선봉에는 간무협이 있다. 곽지연 간무협 회장이 지난달 25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날 연가 투쟁도 간호조무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간무협은 간호법이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는 악법이라고 규정한다.

 

간무협이 특히 문제 삼는 간호법 조항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및 ‘고교 졸업자 중 간호조무사양성 교육 이수자’로 제한한 부분이다. 간호의 질을 높이려면 간호조무사들이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고졸이라는 학력 상한을 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조항도 간무협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간무협은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위헌적인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이 폐지되지 않은 간호악법은 86만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영원한 종으로 만드는 한국판 카스트 제도”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카드뉴스.   온라인 캡처

응급환자 구조 및 이송, 응급처치 등을 담당하고 있는 응급구조사들도 간호법을 “간호사 특혜법”이라고 비판한다. 간호사 업무 영역이 병원 밖으로 확대되면 심폐소생술, 정맥로 확보, 심전도 측정, 심정지 시 에피네프린 투여 등 19종의 응급구조사 업무까지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간호사 인원이 많아 이들이 지역사회로 나오면 (응급구조사 등) 소수 직역은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응급구조사처럼 법령으로 수행 업무 범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등도 간호법이 시행되면 간호사들이 검체 채취나 X레이 촬영 등 자신들 업무를 잠식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간호법과 관련해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이 보건의료계 ‘갈라치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간호법안 통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통해 △환자는 간호사 혼자 돌볼 수 없다 △돌봄 수요 변화에 맞춰 직역 간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 △학력 제한 등 차별 조항 등의 이유로 간호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복지부가 간호법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리해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갈등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태도를 갖는 것은 오히려 직역 간 갈등을 증폭시킨다”며 “직역 간 증폭된 갈등을 빌미로 간호법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조희연·김나현·윤준호·송민섭 기자, 대전·부산·전주=강은선·오성택·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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