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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안 받는다니 가족들과 더 자주 올 것”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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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04 18:04:41 수정 : 2023-05-04 21: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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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개 사찰 무료 입장 첫 날 표정

직원 “방문기록부 작성” 요청만
인근 상인들 관광 활성화 기대감

“세금으로 징수… 방법만 바뀐 것”
“사찰 보존 차원 일부 내야” 의견도

“매표소 직원이 ‘오늘부터는 무료다. 그냥 들어가면 된다’고 말하더라고. 산책 겸 사찰을 가끔 들르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찾을 것 같아.” 

 

4일 경북 안동시 봉정사를 찾은 주민 윤정로(62)씨는 “바뀐 문화재법을 시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오늘부터인지는 몰랐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은 전국 65개 사찰이 관람료를 받지 않고, 방문자에게 무료 입장을 가능하게 한 첫날이다. 윤 씨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그동안에는 1년에 한두 차례 왔는데, 앞으로는 자주 와야겠다”며 “부처님오신날(5월27일)에 가족과 함께 봉정사를 찾아 관광도 하고 주변 식당에서 백숙도 먹을까 싶다”고 했다.

사찰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된 첫날인 4일 경북 안동시 봉정사를 찾은 관광객이 방문기록부를 쓰고 있다.

이날 봉정사 매표소는 한산했다. 대신 봉정사로 향하는 도로 초입에 설치된 주차 차단봉 앞으로 7∼8대의 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관람료 폐지로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직원의 “방문기록부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 때문이다. 대구에서 왔다는 40대 김상현씨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지만 방문기록부에 쓰니 무료로 통과시켜 주더라”면서 “입장료가 들지 않으니 공돈이 생긴 것 같다. 커피값에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봉정사 내부로 들어서자 평일 치고 꽤 많은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봉정사의 호성 주지스님은 “사찰을 둘러보면 수백년간 보존해 온 문화유산이 가득하다”면서 “관람료 폐지로 더 많은 관광객이 사찰을 찾아 불교 문화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정사 인근에서 만난 상인은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페를 운영 중인 안모(40)씨는 “아무래도 사찰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으면 관광객이 늘어날 것 아니냐”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관광 경기가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는 관광객도 있었다. 경기 성남에서 왔다는 40대 이모씨는 “멀리까지 놀러 와서 몇천원의 입장료를 기분 좋게 낼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며 “관광객의 문화재 관람료를 세금으로 지급하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입장료 징수에 대한 ‘방법론’만 바뀐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도 유명 문화재를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 않느냐”며 “입장객에 따라 관람료를 얼마나 지원해 줘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전남 장성군 백양사 입구도 산행을 즐기려는 방문객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이 입구 앞쪽을 지나자 안내소에 있던 한 관리 요원은 “오늘부터 관람료를 내지 않고 들어가도 된다”며 입장표를 끊었는지 검사하거나 물어보지 않았다.

 

강원 원주에서 모녀와 함께 여행을 왔다는 박모(60)씨는 “전국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4000원의 관람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오늘부터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니 그냥 들어왔다”며 기뻐했다. 옆에 있던 딸은 “관람료에 대한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다”면서 “아예 없애는 것보다 사찰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1000원이라도 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탐방객 발길 조계종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된 4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 탐방객들이 산책하고 있다. 보은=연합뉴스

국립공원 주차장을 임대해 사용하는 백양사는 이날부터 시설 사용료 명목으로 차 한 대당 주차요금 4000원만 받고 있다. 백양사 무공 주지스님은 “관람료 감면 조치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점차 지방문화재나 국보를 갖고 있지 않은 사찰도 관람료가 폐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도 이번 문화재 관람료 감면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받아왔던 관람료를 받지 않게 되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장성을 찾아 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관리하며 방문객으로부터 관람료를 받아온 전국 65개 사찰은 이날부터 관람료를 폐지했다. 민간단체가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그 비용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된 데 따른 조치다. 관람료 감면을 지원하기 위한 올해 정부 예산은 419억원이 확보돼 있다. 보리암, 보문사, 고란사, 백련사, 희방사 등 시·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한 5개 사찰은 감면 비용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문화재 관람료가 존속한다. 다만, 백련사는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다.


안동·장성=배소영·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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