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결아, 학교 가야지”… 눈물바다 된 발인식

‘스쿨존 참변’ 조은결군 유족 오열 속
모교 정문선 300여명 마지막 배웅
당정, 노란색 횡단보도 도입키로

경기 수원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로 숨진 조은결(8)군의 발인식이 유족의 오열 속에 14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가 낮 12시30분쯤 조군이 다니던 초등학교 정문 앞에 다다랐다. 정문 주변엔 조군의 친구, 같은 학교 재학생들을 비롯한 학부모, 주민 300여명이 조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조군의 형이 동생의 영정을 품에 안고 운구차에서 내리자 현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조군의 어머니는 영정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은결아, 학교 가야지”를 수십번 되뇌고 오열했다. 10여분간 짧은 작별 인사를 마치고 운구차가 떠나자 주민들은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은결아, 잘 가, 다음 생엔 행복해”라고 외쳤다.

14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10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조은결 군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군은 지난 10일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당시 운전자는 적색이었던 우회전 신호를 위반하고 일시정지도 하지 않은 채 10∼20㎞의 속도로 횡단보도를 지나다가 조군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는 11일 ‘민식이법’이라고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조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번 사고로 인한 허탈함과 슬픔은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면서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가 죽고 다쳐야 하고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나”라며 비통해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교차로 회전구간과 횡단보도 거리 확장 △스쿨존 내 펜스 및 안전장치 강화 △스쿨존 폐쇄회로(CC)TV 관제 시스템을 통한 신호 위반 및 과속 단속 △운수차량에 대한 안전운전 계도, 단속된 차량에 대한 확실한 조치 등을 제안했다.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사망한 조은결(8)군 발인식이 엄수된 14일 유족이 조군 영정사진을 들고 조군이 다니던 학교를 찾았다. 뉴시스

최근 스쿨존에서 자전거를 타던 아이와 부딪쳐 다치게 한 승용차 운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강두례)는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한 주차장에서 스쿨존으로 승용차를 몰고 나오다 오른쪽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자전거를 타고 오던 12세 아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아이는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재판부는 “스쿨존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잘 살펴 들어가는 도로에 보행자가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인은 일시 정지를 하지 않고 막연히 진입했다”고 판시했다.

이날 당정은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운전자가 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하는 방안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호구역의 기점과 종점을 표시하는 노면 표시와 노란색 횡단보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는 보도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음주운전 재범 방지에 효과적인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을 위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처리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구윤모·유경민·곽은산 기자, 수원=송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