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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vs “불법 상행위로 피해”…퀴어축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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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2 22:00:00 수정 : 2023-05-22 20: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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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난 호모다.’

 

2000년 9월17일자 한 신문 1면 제목이다. 유명 방송인이었던 홍석천씨의 커밍아웃은 전국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커밍아웃 후 한동안 모든 방송 활동을 접어야 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 성소수자 아이돌 그룹인 라이오네시스에서부터 공개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감독 등 과거에 비해 성소수자들이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성소수자들을 불편해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특히 최근 성소수자들이 주최를 예고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두고 대구 동성로 상인회가 주최측을 고발하면서 “사실상 성소수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목소리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1일 대구시 중구에서 제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중앙로역을 시작으로 공평네거리 반월당네거리 일대를 행진했다. 뉴시스

◆퀴어가 뭐길래?…해마다 번지는 논란

 

22일 성소수자들에 따르면 당초 ‘기묘한’과 ‘괴상한’이란 뜻을 가진 퀴어는 남성 간 동성애를 뜻하는 단어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비판적인 별칭으로 사용됐지만, 성소수자들 스스로가 단어를 사용하며 비하의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 인간의 성별에 대해 과거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최근 사회가 인간의 성별에 대해 다양한 소수정체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며 퀴어는 성소수자 전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확장됐다.

 

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는 ‘QUEER IS TREND’(퀴어는 트렌드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별스럽지 않은 일상이 됐다는 의미다. 성소수자들을 위한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에서 시작되어 대구·부산·제주 등 9개 지역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인정받길 원하는 퀴어들의 기대와 달리 일부 시민들에게 퀴어축제는 여전히 불편한 행사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2009년 서울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열렸지만 음란성 홍보물 배포 등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반대 측의 맞불 집회도 커지면서 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와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가 지난 18일 도로법 위반 등 혐의로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 대표와 인권위원장을 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뉴시스

올해에도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가 주최측을 고발하면서 형사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와 대구동성로상인회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국유재산법 위반 및 식품위생법을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매년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면서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하고, 식품을 파는 노점을 운영했다는 게 이유다.

 

행사를 주최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정당하게 집회 신고와 절차를 밟았으며 불법 점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식품위생법 위반 논란에 대해선 식품을 판매한 것이 아닌 축제 후원금을 낸 시민들에게 보답품을 준 것이라는 것이다.


성소수자 관련 축제를 조직하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시민단체 사이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인천퀴어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은 당시 반동성애를 주장하며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반대단체를 고발했고, 서울광장에 서울퀴어문화축제를 허가했다는 이유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공연음란죄로 고발당하는 등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1일 개신교 단체와 학부모단체가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원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소수자 차별” VS “불법 행위로 자영업자 죽어난다”

 

표면적으로는 도로 무단 점용과 식품 판매 등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이번 고발건의 속내는 다르다는게 성소수자들 주장이다. 뿌리깊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는 부당함에 맞서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이번 고발건으로 인해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부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엔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또 “퀴어문화축제로 인해 많은 참가자들(지난해 주최측 추산 3000명)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이용하면서 오히려 지역경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상인회가 주장하는 부스설치는 적법하게 집회 신고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 대표는 “최근 있었던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의 경우에도 도로 위에서 부스를 설치해 행사를 진행했다”며 “그럼에도 우리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경찰에 고발한 것은 여전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측을 고발한 대구 동성로상인회도 이유가 있다. 매년 무허가 도로점용, 후원을 빙자한 사실상의 노점행위, 식품위생법 위반죄 등 불법적인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전혀 개선 여지가 없었고, 오히려 ‘과태료 내면 된다’식으로 주최 측이 행사를 강행해왔다는 것이다.

 

이준호 동성로상인회장은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게 아니라며 무단으로 도로를 점령해 부스를 설치하고, 불법상행위를 통해 우리 400여명이 넘는 상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성소수자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주최측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이번 고발건 핵심이라는게 상인회 이야기다. 이 회장은 “퀴어축제 참가자들로 인해 지역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주취측이 퍼레이드할 예정인 동성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상가는 버스 이용 시민을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오전부터 버스 운행이 10시간가량 차단되면 그날 하루 장사는 포기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에도 대구 중구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40여개의 부스를 운영하고 과태료 150만원 처분을 받은 게 전부였다”며 “이렇게 솜방망이처벌로 과태료를 부과하니 주최측이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인 동성로 관할구청 대구 중구청 담당자는 “도로 내에 무단으로 부스 등을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축제 당일 직접 동성로에 나가 확인할 계획”이라며 “만약 무단으로 부스 등을 설치할 경우 과태료 처분 등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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