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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층 ‘물복지’·주민참여 ‘물관리’… 실생활서 ESG 가치 확대 [심층기획-한국수자원공사 ESG 경영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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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4 18:49:00 수정 : 2023-05-25 09: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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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맞는 K-water 경영 원칙
2021년 공기업 첫 ‘물 특화’ 경영 선언
소통 채널 개선·역량 강화교육 등 운영
수돗물 생산방식도 환경적 영향 최소화
소외 이웃엔 주방 등 물사용 환경 개선

ESG 경영 지속 사회적 책임 이행 노력
수질오염 방지·지역 NGO 육성 등 분주
옥천선 사회적협동조합 지원 고용 창출
중소기업엔 판로 개척·해외진출 돕기도

#1. 호주의 한 광산업체는 2020년 철광석 8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을 폭파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약 1140억원어치 철광석 채굴이 목적이었는데, 문제는 이 동굴이 4만6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주민 유적지였다는 것이다. 오직 개발 수익을 위해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동굴을 파괴한 데 따른 비판여론이 거셌다. 진상 조사에 나선 호주 의회는 채굴 잠정 유예, 유산보호법 변경 등을 권고했다.

 

#2.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B사는 1980년대부터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석유, 석탄 등 탄소에너지원이 주된 수익원이었던 B사는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환경에서도 주력 업종을 고수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소홀했다. B사는 결국 ‘기후 재앙을 묵인·방치했다’는 이유로 환경 단체들과 뉴욕 당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신재생에너지 기반 다른 업체에 시가총액이 뒤지는 수모도 겪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댐에 주민참여형 수상태양광(41.5㎿)을 개시, 2021년 세계 최초로 댐 내 수상태양광 상용화를 시작했다. 사진은 합천댐 수상태양광 전경.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기후위기가 본격화함에 따라 기업의 ESG경영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가치를 우선하는 경영을 뜻한다. 경영에서 매출과 같은 재무적 측면 외에 환경 기여, 사회 공헌, 투명한 의사결정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핵심 가치로 삼는다. ESG경영이 21세기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존의 필수 요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수공·K-water)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ESG경영

수공의 ESG경영은 독특하다. 통상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의미하는 E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구 환경 보호에 적극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S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사회적 소외계층 배려 및 사회공헌 사업을 말한다. 지배구조 개선을 뜻하는 G는 투명한 의사결정이 핵심이다.

ESG경영은 정부 정책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를 ESG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정부는 K-ESG 가이드라인의 업종별 구체화와 교육·컨설팅 확대, 공공조달 신인도 가점 부여 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수공이 ESG경영에 주력하는 것은 공공 부문의 ESG 재도약은 공공기관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탄소 감축 당위성이나 타당성은 인정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쪽에서 선도적으로 진정성을 갖는 게 변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지금도 ESG위원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장기적인 목표 수립과 면밀한 세부 과제, 단계별 성과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러한 점에서 수공의 ESG경영은 주목된다. 수공은 2021년 3월 공기업 최초로 노사 공동의 지속 가능한 ‘물 특화’ ESG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ESG경영부를 신설하고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를 만들어 ESG경영 원칙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업무 방식도 바꿨다. 수자원공사는 ESG 소통 채널을 개선하고 계층별 ESG 역량 강화 교육을 신설·운영하는 등 실생활에서 구성원이 ESG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사 혁신을 이뤄냈다. 사업 부문에서도 기존 수돗물 생산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등 사업별 ESG 진단 체계를 구축해 경영 목표가 ESG 가치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2014년부터 진행된 ‘행복가득수(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저소득 가구의 낙후된 주방, 욕실 등 물 사용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물 이용 환경이 낙후된 전국 저소득층 85가구를 선정해 상하수도 배관 공사, 노후 물 사용 공간 수리, 노후 수전 개선 등을 지원했다. 이런 성과 등으로 수공은 공기업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사내벤처 운영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동반성장 기관평가에서도 우수(A) 등급을 받고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21년 6월14일 충청북도 옥천군 대청댐 상류 서화천(추소리) 일대에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와 지역주민 45명이 대청댐으로 유입된 부유물을 제거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주민·기업과 함께하는 수자원공사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기관의 ESG경영이 ‘껍데기’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변화보다 ‘보여 주기’에 집중한다는 비판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다수 기업이 ESG위원회 출범이나 환경 관련 투자 확대 등에 나서고 있지만 대다수는 캠페인이나 챌린지 등 회사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수공은 주민 참여형 ESG경영을 통해 이 같은 비판 여론을 반영하려고 한다. 주민 참여 기반의 유역 물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수질오염방지(E), 주민 일자리 창출(S), 지역 NGO 육성(G)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수공은 2021년 대청댐 주변 지역 옥천군에서 주민자율관리사업 1호로 주민 45명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금강을 지원했다. 현재는 11개 댐에 협동조합이 설립돼 총 32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ESG 경영위원회 운영 규정을 제정하는 등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수공의 마스코트 ‘방울이’. 수공 제공

수공은 지역 중소기업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과 해외 진출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ESG 지원 사업’을 벌여 중소·중견 기업의 ESG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수공은 자체적으로 ESG 지원자금 1억원을 마련해 중소기업 22개사에 업종별 맞춤 교육과 역량 진단 등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수공은 지난해 9월 공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동행상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수공이나 한국전력과 같이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협력사라든지 작은 기관들에 경험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외국 기업에서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같은 캠페인에 (작은) 협력사까지 포함시키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고효율 ‘수상태양광’… 신재생에너지원 급부상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지난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다.

 

1차 기본계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산업계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률이 이전 14.5%에서 11.4%로 하향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산업계의 감축률 하향분만큼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시설을 확충해 보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 이상으로 올린다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는 풍력, 태양광 등이 있는데 풍력발전사업 인허가체계의 지원을 담은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태양광 또한 원자력 발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단가가 높고 산지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시 대량 벌목으로 산림 파괴를 야기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수상태양광’이 급부상하고 있다. 수상태양광은 태양광과 해양기술이 결합한 에너지 기술로 댐, 저수지 등 유휴 수면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친환경 발전시설이다. 별도의 토목공사나 산림훼손 없이 설비를 설치할 수 있으며 수면의 냉각 효과로 육상 태양광과 비교해 약 5% 더 많은 발전량을 생산할 수 있다.

 

손창식 신라대 교수(신소재공학·배터리학)는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우리나라만 태양광 설치량이 줄고 있다”며 “저수지나 댐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은 수자원 보호나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유휴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태양광에 비해 수상태양광은 설치 시 제약을 덜 받는다”며 “물 위에 있어 온도 변화가 적어 발전량이 많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수상태양광 활용 사례로는 한국수자원공사의 합천댐 수상태양광 상용화가 있다. 수자원공사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댐 내 수상태양광 상용화를 시작했다. 합천댐에 주민참여형 수상태양광(41.5㎿)을 개시했으며, 2022년에는 지역주민 제안으로 조성된 충주댐 청풍호 수상태양광을 최초로 준공했다.

 

수공은 올해 안으로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4500여명과 협업해 임하댐에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임하댐은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 다목적 사력댐으로 국내 1호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선정된 발전단지다. 해당 사업이 준공된다면 소나무 400만그루에 해당하는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수공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연 577만t 감축을 목표로 전국 34개 댐을 대상으로 수상태양광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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