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튀르키예 대선에서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또 당선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한테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찬성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28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반 득표율로 야권 단일 후보를 물리치고 연임을 확정지은 지 하루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 두 정상은 “미국과 튀르키예 국민들 간의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긴밀한 파트너로서 계속 공조하자”고 다짐했다.
미국과 튀르키예는 둘 다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 관계다. 마침 오는 7월 11∼12일 북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점을 거론하며 “유럽 지역은 물론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의 해결을 위해 나토 동맹국으로서 힘을 합쳐 대응하자”고 당부했다.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적시되지 않았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군사적 중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안보 불안을 호소하며 이웃나라 핀란드와 함께 나토 회원국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부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핀란드가 무난히 나토 가입을 달성한 반면 스웨덴은 튀르키예·헝가리 두 나라의 반대로 아직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이 반(反)이슬람·반튀르키예 정서가 강한 국가라며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왔다.
스웨덴은 7월 중순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토에 가입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미국도 이를 적극 지지하며 튀르키예와 헝가리 정부를 설득하는 중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연임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어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튀트키예 입장에서 언제까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도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에르도안 정부를 상대로 설득와 압박을 병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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