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강북 지역, 그중 노원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경험이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노원 재도전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출신으로 자신을 ‘상계동 정치인’이라 부르는 이 전 대표는 2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어차피 저는 노원이 고향이라고 다 알려진 상황”이라며 “출마한다면 그 지역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강북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구청장 후보들에게 자리 내준 결과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해 선거에서 한강을 기준으로 금천·관악을 제외한 남쪽 구(區)는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들이 당선됐지만, 은평·강북·노원·성북·중랑·성동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를 근거로 강북 지역을 보수의 열세 지역구로 보면 된다는 이 전 대표 분석에 진행자는 ‘내가 거기를 가야 된다, 내가 다시 노원에 가서 축이 되겠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앞서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여의도 정가에 입문한 이 전 대표는 당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과 함께 ‘박근혜 비대위 3인방’으로 불리며 보수 진영의 정권 재창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6년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 이듬해 대선에서 유승민 후보를 위해 뛰었다. 2020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으로 탄생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친정에 복귀했다.
이처럼 수차례 보수 정당의 최고위원을 지냈지만 이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재·보궐 선거, 2020년 21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의 험지인 서울 노원병에서 낙선했다.
특히 2016년 총선에서 노원병을 두고 맞붙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막판 극적인 후보 단일화 전까지 거친 비난을 주고받는 등 뿌리 깊은 구원(舊怨)으로 얽혀 있기도 하다.
이렇듯 자신과의 얘기가 많은 노원으로의 출사표를 만지작거리는 이 전 대표는 진행자의 ‘내년에 노원 나오나’라는 질문에도 “나가는 게 기본 계획”이라고 거듭 답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장난에 대비해 언제나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구상까지도 드러냈다.
공천 심사처럼 특정 시점이 아닌 사실상 라디오에 나온 이날부터 내년 총선까지의 행보가 능동적인 대처 시기에 해당한다면서다. 능동적 대처에는 ‘무소속 출마’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전 대표가 ‘장난’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유승민 전 의원 얘기를 끄집어낸 것으로도 비친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중진인 유 전 의원의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고사’ 위기에 내몰렸고, 공천 심사가 ‘유승민 죽이기’로 정가에 비치면서 비박계와 친박계의 갈등도 깊어졌었다.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으로 유 전 의원을 겨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골 깊은 관계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를 언급하듯 이 전 대표는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말기에 20대 총선 때 보면 ‘다 져도 좋으니까 유승민을 죽여라’ 뭐 이런 것 했잖나”라며 “지금 윤핵관들 정신상태를 보면 미시적인 관점에서 자기 분풀이 하고 이러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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