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우크라 침공 후 '방위력 강화' 앞장
외신 "방미 때 바이든이 직접 제안할 듯"
성사되면 나토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이 유력시된다는 보도가 덴마크 현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그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간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미국 언론들도 미·덴마크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서는 모양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끝난다.
2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5일 프레데릭센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담 의제에 관해 장피에르 대변인은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우리 두 나라의 변함없는 지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국 지도자들은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작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한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덴마크 총리한테 나토 사무총장직을 제안할 예정이냐”고 물었다. 장피에르 대변인이 “대통령은 총리와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프레데릭센 총리가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백악관 입장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그 문제에 관해 어떠한 추측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나토 사무총장이 될 것인지는 요즘 덴마크 현지 언론의 최대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적극 지지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프레데릭센 총리는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치권 일각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에도 무척 적극적이다. 새 나토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노력을 주도하고 러시아에 맞서 강단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미국의 바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보기에 프레데릭센 총리가 가장 적임자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2014년 10월부터 재직 중인 스톨텐베르크 현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출신이다. 그 전임 사무총장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2009∼2014년 재임)은 덴마크 출신이었다. 일부 언론은 “나토 사무총장이 3명 연속 북유럽 국가에서 배출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더욱이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 퇴임 후 9년 만에 또 덴마크인을 사무총장에 앉히겠느냐”고 회의적 태도를 취했다.
2019년 6월 취임해 꼭 4년간 재임한 프레데릭센 총리가 덴마크 정계에서 은퇴하고 국제기구 수장으로 옮기는 것이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2022년 11월 총선에서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연립여당이 승리해 권력 기반을 굳힌 만큼 총리직에 몇 년 동안 더 머물고 싶을 것이란 얘기다.
1977년 11월 태어난 프레데릭센 총리는 현재 45세로 젊다. 여성인 그가 나토 사무총장이 된다면 나토 74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 되는 기록을 세운다. 일부 언론은 바로 이 점이 나토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서 프레데릭센 총리의 가장 큰 강점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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