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만명 달하지만 업무 분산 탓
2∼4세대 동포들 모국과 접점 ↓
“조만간 원폭 피해 동포들 초청”
이기철 초대 청장 임명장 수여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출범식에서 “재외동포청은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에 걸맞은 재외동포 전담 기구”라며 “앞으로 재외동포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재외동포와 모국 간 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외교부 외청으로 신설된 차관급 기관으로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며 추진됐다.
한국인의 해외 이주는 19세기 말부터 일제 강점기 재일교포,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고려인, 남미 사탕수수 농장 이주 한인 등 근현대사의 아픔과 함께 시작돼 제3공화국 시절 파독 광부와 간호사, ‘아메리칸 드림’을 좇은 이민 1세대 등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에서도 흐름이 이어졌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컨트롤타워가 생긴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이곳 인천은 120년 전 하와이로 향하는 이민선이 출발했던 재외동포의 뿌리”라며 “해외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힘겹게 지켜 온 재일동포, 중앙아시아의 고려인과 사할린 동포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 근대화의 초석이 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역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외동포 여러분들은 모국과 동포사회가 함께 성장할 기회의 창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의 수는 약 750만명에 달하지만 그간 정책은 외교부, 관련 업무는 각 부처, 사업 집행은 재외동포재단 등으로 업무가 분산된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세월이 흐르며 2∼4세대 재외동포들은 모국과의 접점도 적어졌다.
윤 대통령은 “차세대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주고 모국과의 인연을 이어 가게 하는 것은 재외동포청이 수행해야 될 필수적인 임무”라며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2세, 3세 동포들에게도 모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미래는 해외 진출에 달려 있다”며 “강인한 도전 정신으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해외에 자리 잡은 동포 여러분은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역외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문화 가정 동포, 해외 입양 동포, 국내 체류 동포와 같이 전담 기구의 부재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동포들도 적극적으로 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난 원폭 피해 동포들을 언급하며 “피폭당한 지 7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분들이 고통과 슬픔을 겪는 현장을 조국이 함께하지 못했다. 저는 조만간 원폭 피해 동포들을 초청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자 한다”며 “전 세계에 어디에 있든 우리 동포의 아픔을 보듬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이기철 초대 재외동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청사 현판을 전달했다. 또 동포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87명의 재외동포 유공자 중 4명에게 훈장과 표창장을 수여했다.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에 입주한 재외동포청 서비스지원센터도 이날 개소식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 재외동포가 많은 서울에서 ‘원스톱’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 청장은 외교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턱이 낮은 재외동포청이 되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구체적·실질적 역할, 차세대 동포의 정체성 강화, 소통 등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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