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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승리·中 패배 베팅 잘못된 판단” 싱하이밍 대사 초치한 외교부.. “엄중 경고”

입력 : 2023-06-09 17:01:07 수정 : 2023-06-09 17: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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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초치해 전날 발언 관련 ‘내정 간섭’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
싱하이밍 대사,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서 “미국 승리·중국 패배 베팅은 잘못된 판단” 지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면전에서 한국 정부의 대미(對美) 밀착 기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 발언을 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9일 외교부에 초치됐다.

 

‘초치’란 외교사절을 주재국 정부가 불러들여 입장을 전달하는 외교적 행위를 말한다. 우방국들 사이에도 이뤄지는 일이지만, 외교사절을 초치하고 이를 대외에 알린다는 것은 통상 공개적 항의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교부는 이날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싱하이밍 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싱하이밍 대사가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 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장 차관은 싱하이밍 대사가 외교사절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게 처신해야 할 거라면서, 모든 결과는 싱하이밍 대사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고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논의 등을 위한 이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의 회동이 이뤄졌다.

 

회동은 지난달 주한중국대사관 측에서 민주당 대표실에 제안해 성사됐으며, 2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에는 ‘베이징 카오야’(북경오리) 요리가 올랐고 반주도 곁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에서 이 대표는 “중국과 대한민국이 수교한 지가 올해로 30년이 되는데 정말 동북아에서 중국과 대한민국의 발전 정도가 아주 빠르고 규모가 컸다고 생각한다”며 “한중관계는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는데,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이 한중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경제 문제 관련해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지금은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경제가 매우 많은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과 수출 기업 그리고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 등의 의견을 들어봤다면서, 이 대표는 “중국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리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관해서는 “주변국들 우려가 높아지는데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며, “한중수교 이후 양국 국민 간의 신뢰와 존중이 높게 형성됐다가 최근 많이 후퇴한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신뢰가 회복되고 확산될 수 있게 정부 당국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싱하이밍 대사는 “일본 정부가 거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합리화하는 것 같다”며, “일본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기 집의 하수도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일본은 곧 정식으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한다”는 말과 함께, “한국과도 이런 면에서 잘 협력하고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싱하이밍 대사는 말했다.

 

한중관계에 관해서는 ‘잘 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중국 정부는 항상 한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한중관계를 발전시키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부각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어려움에 부딪힌 현재의 한중관계에 가슴 아프다면서도,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중국이 한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도 중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해주면 고맙겠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한중관계의 기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 배경으로 좋지 않은 세계 경제 상황과 반도체 경기의 하강 국면 영향 등을 짚은 후,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대중 투자 전략 등의 적절한 조정이 있다면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도 내다봤다.

 

싱하이밍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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