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 적극 추천한 월리스 국방장관 힘들 수도
스톨텐베르그 현 총장 임기 연장 가능성 제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현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가면서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나토의 최대 주주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회원국의 각료 출신보다는 더 윗선, 그러니까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를 원한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정부가 강력하게 미는 벤 월리스 국방장관은 어렵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총리를 역임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오는 9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1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의 최근 발언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달더는 “새 나토 사무총장 인선에서 미국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각료 출신보다는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인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자국의 월리스 국방장관을 새 사무총장 후보로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아 침공 후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러시아에 비판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월리스 장관이 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인이 새 나토 사무총장이 되길 원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어쩌면”(Maybe)이라고 운을 뗀 뒤 “그건 두고 봐야 할 일”(That remains to be seen)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달더의 말이 맞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도, 총리도 아니고 장관에 불과한 월리스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나토 사무총장 후보들 가운데 국가 정상급 인사로는 리투아니아의 잉그리다 시모니테 총리, 에스토니아의 카야 칼라스 총리,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 슬로바키아의 주자나 차푸토바 대통령 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더 거물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있다. 모두 여성이다. 다만 프레데릭센 총리는 “나토 사무총장직에 뜻이 없다”고 직접 밝혔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1949년 출범한 나토가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할 때가 되었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달더는 악시오스에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튀르키예가 여성 사무총장에 반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중에서 유일한 이슬람 국가로 여성을 차별하는 정서와 관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나토 사무총장이 반드시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합의(consensus)를 중시하는 나토 특성상 어느 한 회원국이 완강히 반대하는 인물을 사무총장에 앉히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도 여러 차례 회원국들의 합의를 강조한 바 있다.
7월 11, 12일 이틀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올해 나토 정상회의가 1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후임 사무총장 인선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이자 일각에선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본인은 9월까지 재직하고 그만두겠다는 의사가 확고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때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사회 지원의 구심점 노릇을 해야 할 나토 사무총장의 교체가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만날 예정이라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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