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이해할 수 있는 부연 설명을 하시는 도지사님의 모습에서 제 자신이 상당한 통쾌함을 느꼈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소신있는 분’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민선8기 2년차를 맞아 15개 시·군을 순회 방문중인 김태흠 충남지사가 천안시를 방문해 가진 언론인과의 간담회를 지켜본 천안시 한 공무원의 얘기다. 이 공무원은 “언론인 간담회를 통해 김 지사께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사업 복원 불가, 천안시티FC 도비지원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지사님에 대한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신뢰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3선 국회의원, 유력한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에서 충남도지사로 정치여정을 선회한 김태흠의 리더십이 새롭게 조영 되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상대당 의원이나 국무위원과의 여러차례 거친 설전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터프가이 이미지가 강했다. 2017년 자유한국당 최고의원 시절과 지난해 국민의힘 당내 혼란 지도부 책임론 부각 당시에는 윤핵관인 장제원·권성동 의원을 거친 표현으로 몰아부치는 등 당내에서조차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는, 여의도의 때리기 아이콘이었다.
이눈치 저눈치 보지 않는 불같은 그의 성격때문에 민선8기 김태흠 충남호가 격랑에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적지 않았다. 괜히 애먼 공무원들만 곤경에 처하는 일들이 생길거란 우려도 있었던 출발이었다.
그랬던 그가 충남도지사 취임 1년을 맞이하는 요즘 ‘시원 시원하다’, ‘멀리본다’, ‘누구에게라도 할말은 하는 사람이다’, ‘연연하지 않는다’, ‘기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왜일까?
◆납득 가능한 설명 ‘아닌것은 아니다’
김태흠 지사가 지난달 30일 천안시청 연례 순방길에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었다. 6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김 지사가 곤혹스러울 수 있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올해부터 K리그2로 진출한 프로축구구단 천안시티FC에 대한 천안시의 예산지원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도 차원의 지원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천안시티FC 구단주인 박상돈 천안시장이 바로 옆에 배석한 상태이고 SNS를 통해 많은 천안시민들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상황이라 에둘러 난색을 표명할 수 있었을텐데 단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천안 아산이 붙어 있는데 두 곳에 프로축구단이 있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다”고 지적했다.
예산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프로축구단 운영에 관한 대안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아산시와 충남도가 지원해 연간 50억원(아산시 20억원, 충남도 20억원,자체수입 10억원) 정도로 운영하는데 이 예산으로는 죽어도 1부 리그 못간다”며 “아산FC는 충남도가 통째로 인수해서 후원을 받아내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천안과 아산 두팀을 합쳐서 충남 구단 형태로 만들어 천안과 아산에서 경기하면서 1부 리그로 올라갈 생각을 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로 고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해 자신이 폐지한 여성농업인 바우처를 부활시킬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도 “포퓰리즘적으로 현금을 쥐여 주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부활시키지 않겠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대신 ”여성농업인들이 실질적으로 농사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바우처에 쓰이던 예산은 농기계 등 편의 장비 지원이나 해외 선진사례 견학 프로그램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서산시를 방문해 가진 도민과의 대화에서는 한 시민이 “아파트 거주자들을 위해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들을 지원하는 도 예산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서도 온당치 않다고 즉답했다. 김 지사는 “단독주택은 어떻게 할껀데요? 똑같이 사는데... 그렇잖아요”라며 “이건 형평성 문제고 경비원들 월급은 입주자들이 매달 관리비내서 거기서 제대로 줘야 맞는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출마할지 않할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아닌거 같아요, 그건 아닌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자리 연연 않겠다“ 결재권 절반 넘기고 산하기관장 7자리 없애
지난 4월 김 지사는 자신의 결재권 절반을 부지사와 실·국·원·본부장에게 넘겼다. 간부 공무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여 다양한 행정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자신은 충남최우선주의에 정치력 사용하는 도지사가 되는 목표를 위해서다.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결재권과 인사권인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김 지사는 결재권을 위임하면서 “중앙정부와 대기업 등 정·관·경제계를 상대로 정치력과 뚝심이 필요한 굵직한 대형 사업을 가져오는 행보를 하겠다”며 “도 행정은 부지사와 국장급 간부들이 권한을 갖고 책임성 있고 빠르게 주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모든 책임은 도지사가 지겠다”고 말했다.
올초에는 충남도 산하 공공기관을 25개에서 18개로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관장 7자리를 없앴다.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캠프 관계자들을 배려한 보은인사로, 다음 선거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관장 자리 7자리를 없앤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동한 방만하게 운영해 온 산하기관 조직과 인력에 낀 거품을 걷어내는 대신 직원들의 처우는 향상해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역대 도지사 가장 적극적인 소통 행보, 김동연 경기 지사와도 맞손
김 지사는 역대 어떤 지사보다고 언론을 비롯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도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도지사들의 시·군 방문은 과거 관선 시대 ‘초도순방’, ‘연두순방’이라는 명칭으로 민선 시대부터는 방문이라고 용어가 바뀌어 해마다 진행된다. 역대 충남 도지사들 가운데 순방이나 방문에서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만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잠시잠깐 기자실이나 브리핑실에 들리는 정도가 전부였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10일 청양군을 시작으로 오는 21일 계룡시까지 15개 시·군을 방문하면서 모든 곳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갖고 있다. 해외출장을 가서는 현지 국내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해외출장을 다녀와서는 기자회견 형식이 아닌 간담회 형태로 기자들을 만나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답한다. 기자들을 만나 까다로운 질문을 받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솔직하게 답하면서 도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확장한다’는 김 지사의 지시로 이뤄지는 언론인 간담회라는 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지사는 충남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여·정당을 떠난 소통과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더불어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를 충남 아산으로 초대해 아산만을 중심으로 충남도와 경기도가 상생하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 기본계획 수립 공동 연구용역 착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양도가 협력하면 아산만 일대에 천혜의 미래먹거리 자원이 있는데, 아산-평택항 도계 갈등 등을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후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진 시민들은 서운해하는 법운 판결을 받아들이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김 지사는 김동연 지사에게 “처가 동네에 오신 것을 환영하며 선배님 모시고 잘 하겠습니다”라며 협력을 제안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지역과 정당을 뛰어넘는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경기-충남 도민을 위한 기회라며 "다음번에는 김태흠 지사를 경기도로 초청해 일일명예지사를 맡기겠다"고 화답하면서 후속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발탁인사 미흡에 진노 그리고 예상 못했던 사과
김 지사가 지난 2월 3일 도청 직원들에게 사내메일을 통해 “그동안 연공서열(年功序列)도 중요하지만 30% 내외는 발탁인사를 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드렸는데, 이번 인사에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는 뜻밖의 편지를 보냈다. 이날은 도청 정기인사가 단행된 날이었다. 김 지사는 이날 사내메일을 보내기에 앞서 인사부서 관계자들에게 진노했다고 전해진다. 30% 내외를 발탁인사 하라는 지침을 줬는데, 인사부서와 인사위원회에서 연공서열 위주로 승진인사를 결정하고 이를 보고하러 온 관계자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김 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일 뒤에 있었던 5급 사무관 팀장과의 간담회에서 취임후 처음 실시한 정기인사와 관련해 사과했다. 김 지사는 이날 전 직원에게 전자메일을 보내 인사 관련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청 받았다. 김 지사는 “인사는 공정성, 공평성, 적재적소가 중요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를 하겠다는 게 제 원칙인데, 기존의 인사시스템이 유지돼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결론적으로 연말에 발탁인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해 사과를 드린다”며 “저는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고 인사시스템을 개선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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