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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농막(農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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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4 00:59:44 수정 : 2023-06-14 00: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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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지난해 여름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경기도내 하천변을 찾은 적이 있다. 하천변 길가에 지어진 컨테이너 농막 주변에서 중년 부부가 삽을 들고 연신 땅을 고르고 있었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니 침대와 옷장, 싱크대는 물론 샤워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농막 주인은 100평의 농지를 사서 복층(20평)으로 지었다고 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걸로 여겼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정화조도 없이 직경이 족히 1m나 될 법한 대형 하수관이 하천변에 매설된 것을 보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정하는 농막은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농산물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건축법상으로는 가설건축물에 속한다. 설치 기준은 연면적 20㎡(6평) 이하에, 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돼 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이런 농막은 대략 18만채. 하지만 건축 과정에 불법 증축과 편법이 성행하면서 난개발은 물론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막이 난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건축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서다. 원칙적으로 농막에서는 거주하거나 장기간 숙박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펜션이나 개인용 별장으로 활용되는 농막이 수두룩하다. 정식 건축물이 아니다 보니 각종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부동산 규제도 피할 수 있다. 초기 컨테이너를 개조해 짓던 농막은 최근 복층을 포함한 2층짜리 형태는 물론 한옥형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농민의 편의를 위한 농막 제도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감사원을 통해 부작용을 인지한 농식품부가 최근 농막 내 휴식 공간을 4분의 1로 제한하고, 야간 취침을 금지하는 내용의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이 개정되면 농막은 본래의 용도로만 허용된다. 그러자 주말농장족이나 귀촌을 준비 중인 이들 사이에서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도 개선 취지는 이해되나 과한 규제라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귀농 인구는 더욱 늘 게 뻔하다. 주말농장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농지법 존재 가치를 형해화하지 않는 현실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방치할 경우 환경 오염은 물론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이 고착화할 수 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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