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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입안서 구더기 나왔는데…” 익산지역 요양병원 ‘시정 명령’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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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5 21:54:46 수정 : 2023-06-15 21: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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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환자의 입 안에서 구더기가 발견된 데 대해 관리기관인 전북 익산시보건소가 행정처분으로 ‘개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자 가족과 이런 사연을 접한 국민들은 처분 수위가 너무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산시보건소는 요양벙원 입원 환자 입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세계일보 보도(6월 14일 인터넷)와 관련해 15일 해당 요양병원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개선 명령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익산시보건소 전경. 익산시 제공

보건소는 이날 긴급 현장 점검을 통해 당시 80대 입원 환자의 입속에서 구더기 여러 마리가 발견됐고, 환자 가족과 병원 간호사가 잇달아 이를 잡아낸 사실을 확인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병원 측도 이런 사실을 순순히 인정함에 따라 환자 위생관리 사항 준수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하고 의료법 행정 처분 규칙에 따라 시정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다른 환자와 병실 등에 대해 위생 상태를 점검했으나, 추가적인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충남 보령에 사는 김모(40·여)씨는 지난달 13일 익산의 한 요양병원을 찾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져 투병 중인 아버지(83) 입안에서 구더기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아버지를 살피던 중 입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있어 자세히 보니 1∼2㎝가량 돼 보이는 구더기들이었다”며 “너무 놀랐고 다급한 마음에 의료용 위생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어 2마리를 잡아냈다”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간호사도 긴 면봉을 이용해 구더기를 잡으려 했으나 입안과 목을 들락거리는 바람에 쉽지 않자, 석션(흡입기)을 통해 목구멍 안쪽에 숨은 구더기까지 빨아냈다고 한다.

 

딸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병원 측은 “아버님이 의식불명으로 인해 장시간 입을 벌린 상태로 침상에 누워 있다 보니 아마도 파리가 들어가 알을 깐 것 같다”며 “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고 기저귀에서도 구더기가 나왔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병원비로 한 달에 자동차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료 400만원에 간병비와 비급여항목비 80여만원 등 500만원 가량을 지급했는데도 이처럼 환자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며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기지 않은 모습에 너무나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환자 가족은 병원 측에 재발 방지와 함께 환자 관리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 영상장치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3개월 치 간병비를 받지 않겠다’는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 “병원 측은 의도적으로 환자를 괴롭힌 것이 아니라 치료 과정 미흡이기에 노인학대나 과실에 해당되지 않아 문제 될 것이 없다. 피해 보상은 자동차보험을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면 공단에 청구해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아버지를 충남 천안의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여러 언론에 제보했다.

 

김씨는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에 대한 불만만 표출할 뿐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과연 시보건소의 시정 명령 만으로 요양병원이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할 지 의문이어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해당 요양병원의 환자 관리 상황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인 뒤 지역 사례 판정위원회를 열어 방임, 학대 등 문제가 드러날 경우 고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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