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후보 월리스 英 국방장관 `낙마` 위기
佛, EU 회원국 출신 지도자 선호… 英 배제
英 언론 "브렉시트 보복하려는 뒤끝인 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의 잠정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나토의 최대 주주에 해당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에게 “1년 동안만 더 나토를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애초 후임 나토 사무총장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의 임명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영국 언론들은 ‘프랑스의 반대 탓’이라는 설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나토 31개 회원국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유임 쪽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고 연장도 가능한데, 2014년 10월 1일 취임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앞서 두 차례 임기가 연장돼 9년 가까이 재임했고 이제 3번째 연장을 앞두고 있다.
가디언은 월리스 장관이 유력한 나토 사무총장 후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을 방문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월리스 장관을 적극 추천했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영국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원조를 제공했으며 그 중심에 월리스 장관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백악관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 임기를 1년 연장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월리스 장관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프랑스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프랑스가 “차기 나토 사무총장은 EU 회원국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영국 출신 인사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독일 등 다수 EU 회원국들도 여기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토의 ‘킹메이커’가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인 나토 사무총장 탄생에 반대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본심에는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대한 보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제껏 나토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966년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가 미국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 외교·군사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며 나토 통합군사령부로부터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40년 넘게 나토 밖에 머물러 온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인 2009년에야 나토에 복귀했다.
나토가 싫다며 한때 뛰쳐나갔던 프랑스가 나토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현실이 영국인들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텔레그래프는 “마크롱 대통령은 이제 와서 나토의 킹메이커인 양 행세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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