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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도와 화재현장 누빈 의무소방대, 21년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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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6 22:00:00 수정 : 2023-06-26 23: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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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대신 소화기 들고 대체복무
현장 인력 부족 해결하려 도입
병역 자원 지속적 감소로 폐지
지금까지 1만2000명 거쳐갔다
“대응 차질없도록 인력재배치”

화재 진압 현장과 사고 현장 등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업무를 보조해온 의무소방대 제도가 21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26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마지막 의무소방원 92명의 전역을 끝으로 의무소방대 제도 운영이 종료됐다. 의무소방대는 2001년 3월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다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단독주택 화재를 계기로 도입됐다. 현장 소방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제도다. 군 현역 판정을 받은 이들이 군 복무 대신 소방업무를 보조하게 하는 전환복무제도로 시행됐다. 그러나 병역 자원의 지속적 감소로 결국 폐지됐다.

의무소방원들이 화재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소방청 제공

소방청은 2001년 8월 의무소방대 설치법 제정 후 2002년 3월 제1기 209명을 시작으로 지금껏 의무소방원 1만2000여명이 전국 119안전센터와 구조대, 구급대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지난 21년을 회고하기도 했다. 의무소방원들은 2003년 경북 청도군의 버섯농장에서 불이 났을 때 일주일간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을 보조했다. 2012년 경기 고양시 공장 화재 현장에선 진압 활동을 보조하던 의무소방원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지막 기수인 충북 73기 의무소방원 출신 박재윤씨는 소방관과 함께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신속한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해 ‘하트세이버’와 ‘브레인세이버’, ‘트라우마세이버’ 인증을 모두 받는 영예를 안았다고 소방청은 덧붙였다.

 

의무소방대 출신자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 중이다. 36기 출신인 영화감독 류형석씨는 “허름한 주택가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이 세상을 떠난 모습을 봤고, 새벽까지 목욕탕에서 세신 일을 하고 고된 몸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잠든 와중에 전기장판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들만 구하고 유명을 달리한 현장도 경험했다”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끝없는 고찰의 시간이었다. 이런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일부는 의무소방원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사명감으로 소방관의 길을 걷기도 했다. 소방공무원으로 어느덧 20여년째 근무 중인 정원형 소방경(의무소방대 2기)은 “당시 선배 소방관들의 가르침이 진로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남화영 소방청장은 “의무소방대의 헌신과 열정은 소방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의무소방대 종료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현장대응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출동상황을 고려해 인력 재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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