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빼고는 정치를 논할 수 없는 시대다. 정치인 대부분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대중과 소통한다. 특히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정치 유튜버들은 하나의 정치 세력이자 공론의 장으로 성장했고 심지어 유튜버들이 내각에 들어오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선 정치 유튜버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 유튜버 양극화 시대다.
◆통일부 장관부터 인재개발원장까지…유튜버 전성시대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보수정권 집권과 함께 훈수를 두던 보수 유튜버들은 이제 직접 내각에 입성하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치른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지난 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채환 국가공무인재개발원장은 유명 보수 유튜버다.
김 후보자는 구독자 24만명의 정치 유튜버였다. ‘김영호 교수의 세상 읽기’ 채널을 통해 김 후보자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3억7000만원 수익을 올렸다. 김 원장도 ‘김채환의 시사이다’란 보수 성향의 채널을 운영하던 구독자 54만명의 스타 유튜버였다.
정치권에선 이미 올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유튜버들의 제도권 정치 진출이 가시화됐다고 평가한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민영삼 전 윤석열 대선캠프 국민통합특보와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는 최고위원에,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전 대표로서 유튜브 채널 강신업TV를 운영하는 강신업 변호사는 대표에 도전했다.
정치권이 유튜버를 필요로하는 이유는 뭘까. 여론 판도에서 기성 언론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유튜브 등의 영향력은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 유튜브 채널만 11개에 달한다.
이 중 1위는 진성호 전 국회의원이 운영하는 진성호방송인데 구독자수는 약 181만명이다. 신혜석 민초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운영하는 신의한수는 약 146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두 곳 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다. 3위와 4위는 진보 성향 채널이다. 동명의 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이 약 131만명으로 3위를, 방송인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딴지방송국이 약 121만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정치 유튜브가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는 시대다. 구독자 30만명의 한 시사 유튜버는 “정치권과 정치 유튜버의 공생관계는 유튜브의 등장과 함께 예견돼있던 일”이라며 “현재 정치 유튜버 중에선 교수와 변호사, 방송인 등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정치권 진입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짜뉴스 고소·고발로 골머리 앓는 유튜브
문제는 이런 정치 유튜브의 편향성에 있다. 정치 유튜브는 한쪽 진영으로 편향돼야 조회수가 늘어나고 이는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추천 기능에 따른 ‘필터 버블 현상’ 때문이다.
‘필터 버블’이란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여 이용자는 필터링 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보수 성향의 시청자들에겐 꾸준히 보수 성향의 콘텐츠가 추천되고, 콘텐츠 제작자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
정치 유튜브가 가짜뉴스 온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정치 유튜버들 간의 고소 및 고발, 이들을 향한 수사는 정치 유튜버들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그 사안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다. 곧 실명이 나오겠죠”라고 주장했다. 곧 온라인상에서 사건에 가해 학부모가 있고 조부모가 국민의힘의 한기호 의원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한 의원은 이날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한 의원은 “연예인들이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이해가 간다”며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계속 가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이젠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을 뒤흔든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쥴리 의혹도 진보성향의 유튜버들에 의해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7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과거 열림공감TV의 대표 등 6명은 대선 기간이던 2021년 12월 김건희 여사가 1997년 ‘쥴리’라는 이름으로 유흥주점에서 일했다고 일방적인 인터뷰를 보도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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