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기간제교사, 꽃 한송이 못받아…제발 조사해달라”
“잠깐만요! 제 딸도, 제 딸도 똑같이 죽었습니다. 제 딸 억울한 사연도 좀 들어주세요. 제발 같이 조사해주세요.”
서울시교육청이 24일 오후 서울 교원단체총연합회, 서울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3개 교직단체와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회견장 뒤편에서 한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 오열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교육청과 교직단체들이 교권회복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시교육청과 교직단체들의 발표 이후 질의응답이 시작되려는 찰나 한 남성은 “잠깐만요”라고 외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딸도 조사해 달라”며 울부짖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의 딸이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였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권 침해 문제를 겪고 6개월 전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딸은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인데 서초구 학교 사건이랑 거의 동일하다”며 “우리 딸도 작년 7월에 병가를 내고 지내다가 6개월 전에 이렇게...”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민원을 넣으니까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며 “사건이 이대로 지나가면 묻히고 우리 딸은 억울하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서초구 학교에 가서 많이 울었다. 그 선생님은 조화가 놓였지만 우리 딸은 꽃송이도 하나 못 받고 죽었다”며 “그 선생님도 자랑스러운 딸이겠지만 우리 딸도 똑같은 교사고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함께 조사해서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남성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가해 학생의 부모가 지속적으로 ‘옷을 벗기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콩밥을 먹이겠다’ (등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와 함께 동행한 또 다른 유가족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저도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데, 제 동생은 사립이라 공립과 다르게 도움받기 힘든 것 같다”며 “기간제 교사와 사립학교에 대한 방안도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전에 보고받은 적 있다”며 “다시 체크하고 검토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 석승하 서울 교총 수석부회장,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장과 함께 나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긴급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선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교원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의 범주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교사들의 교육활동 침해 상황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서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교직원들과 학생에 대한 집단 상담과 심리·정서 회복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고 양천구 초교의 폭행 피해 교원이 교단에 빨리 설 수 있도록 법률 자문 및 소송 지원, 치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조 교육감은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국민의힘과 정부가 학생인권조례안을 전면 재검토를 추진하자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고 정략적 갈등의 소재가 되어버리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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