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된 조모(33)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조씨의 얼굴 등이 이미 공개돼 논란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이날 살인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한 피의자 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개최한다.
신상공개위는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며,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신상공개위가 공개 결정을 내릴 경우 곧바로 조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이 공개될 전망이다.
조씨는 지난 21일 낮 12시3분 주거지인 인천에서 택시를 타고 낮 12시59분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한 시간 뒤인 오후 1시57분 할머니 집 인근인 금천구 독산동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쳐 나와 다시 택시를 탔다.
조씨는 오후 2시7분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내리자마자 훔친 흉기로 첫 범행을 저질렀다. 나머지 흉기 1개는 택시에 놓고 내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조씨는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30대 남성 3명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네 번째 범행까지 걸린 시간은 3∼4분 정도다. 그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씨는 앞선 조사에서 범행 장소를 신림역 번화가로 선택한 데 대해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조씨가 신림동으로 이동하면서 두 차례 모두 택시요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조씨의 범행 직전 행적을 조사하는 한편 조씨에게 절도와 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동기를 계속 수사 중이다. 다만 조씨가 체포 직후부터 말을 여러 차례 바꿔 진술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씨는 경찰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며 자신의 처지를 탓했다.
이어 “할머니가 ‘왜 그렇게 사느냐’고 꾸짖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며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조씨는 20∼30대 남성을 상대로 범행한 이유를 묻자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 경찰 관계는 조 씨가 남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데 대해서 “남자든 여자든 그런 건 고려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이 역시 현재 100%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했다.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되면서도 “열심히 살았는데 안 되더라”라고 말한 조 씨는 이날 영장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도 줄곧 신변을 비관하는 답변을 내놨다.
조 씨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도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 “반성하고 있다”는 말 앞에도 깊은 한숨이 먼저였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TV에서 “젊은 청년인데 직장도 딱히 없다 보니까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을 향한 밑도 끝도 없는 적대감을 이 범죄로 구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목숨을 잃으신 분은 자기 일상을 성실하게 살던, 부모님이 안 계셔서 동생을 부양하던 청년인데, 자신의 어려움만 호소하는 이기적인 주장들은 우리가 일말의 공감도 하면 안 된다”며 “나쁜 피의자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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