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가고 이번엔 폭염에 진땀
10일째 실종자 추가 발견 없어
“이쪽 꼼꼼히 살펴보자. 조금만 더 힘내자고.”
폭염경보가 내려진 31일 경북 예천군 호명면 오천교 강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강변에 탐침봉을 찔러대는 수색대원의 발걸음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보였다. 집중호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동원된 이들이었다.
이날 오전 수은주는 33도를 가리켰다. 숨이 턱턱 막혀 한증막과 다름없었다. 선두에 선 수색대원이 “저쪽 흙더미를 꼼꼼히 살펴보자”고 말하니 뒤따르던 10여명이 일제히 강가로 향했다. 물이 빠진 모래밭은 얼마나 뜨거운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틀째 수색 작업에 동원됐다는 김모(50대)씨는 “실종된 주민을 찾아 가족의 품에 꼭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수색작업이 길어지는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목에 걸친 수건으로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된 주민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17일째 이어졌다. 수색에 동원된 경찰과 군인, 소방관 등은 모두 400여명이다. 수색 당국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저물녘까지 실종자 수색에 전념하고 있다.
집중호우로 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의 남은 실종자 2명은 같은 마을 주민이다. 이들은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4~15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산사태에 매몰되거나 급류에 휩쓸려 집과 함께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 당국의 노력에도 실종자 행방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21일 예천군 예천읍 용우교 상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을 마지막으로 10일째 실종자 추가 발견은 없다. 이 과정에서 수색대원 6명이 벌에 쏘여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고,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 장병 1명이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수색 당국은 굴삭기와 같은 장비를 동원해 벌방리의 토사를 뒤지고 또 뒤지고 있다. 마을에서 60㎞가량 떨어진 낙동강 수계인 상주보까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니 이젠 찜통더위가 발목을 잡는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게 분명해 수색작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색 당국은 예천박물관에 전진CP(지휘소)를 설치했다. 의심 지역 수변과 수상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 수색 대원이 걷지 못하는 구간은 헬기와 드론을 투입했다. 후각에 민감한 구조견도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수색 대원의 실종자 집중 수색 작업은 기온이 최절정에 이르는 한낮 시간은 피하고 있다”며 “현장에 시원한 음료를 두고 온열질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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