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되고 싶다’ 20대女 집 앞 닭꼬치 두고 간 50대男 ‘스토킹 혐의’

경찰 조사서 “상대방이 무서워할 줄 몰랐다. 호감으로 그런 것”
긴급응급조치 처분만 받고 귀가 조치

트위터 갈무리.

홀로 거주하는 20대 여성의 집 문 앞에 ‘친구가 되고 싶다’는 메모와 함께 닭꼬치를 두고 간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이런 행위를 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3일 경찰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31일 밤 10시쯤 20대 여성 B씨의 집을 찾아간 뒤 초인종을 눌렀다.

이에 B씨는 불안감에 문 사이로 “누구냐”고 물었고, A씨는 1시간 가까이 10차례에 달하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문 앞을 서성였다고 한다.

결국 B씨는 경비원을 부른 후에야 문 밖에 나왔다. 그의 문 앞에는 검은색 봉지 속 닭꼬치 6개와 함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맥주 한 잔 하자’라고 쪽지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A씨는 다음날 오후 8시쯤 같은 수법으로 B씨 집 앞을 찾아와 치킨을 두고 갔다고 한다. 치킨 봉지 안에도 “좋은 친구로 부담 갖지 마시고, 맥주 한 잔 하고 싶다.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메모가 담겼다.

B씨가 해당 치킨점에 문의한 결과, A씨는 배달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배달이 잘 됐는지도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결국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씨를 특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의 거주지 인근에 살고 있었고, B씨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로 밝혀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지켜봐 왔다. 호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스토킹하려던 것은 아니고 호감이 있었을 뿐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긴급응급조치 처분만 받은 후 귀가 조치됐다.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경찰 임의로 A씨를 구금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응급조치 통지서에는 ‘A씨는 B씨의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하거나 통신수단을 통해 연락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 위반할 시에는 B씨의 신고에 따라 경찰이 출동하게 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자 B씨는 향후 이사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위터(SNS)에 자신의 사연과 함께 사진을 공유하며 두려움을 호소했고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를 모았다.

현화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