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등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해 산출하는 ‘근원물가’가 올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간 누적된 외식 물가 등 개인서비스 부문의 상승세가 근원물가를 좀처럼 떨어뜨리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7월 6.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7월 4.2%보다도 높다.
통계청이 공표하는 근원물가 지수는 두 가지다. 농산물(곡물 제외) 및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품목(전체 458개 중 401개)으로 작성한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 물가지수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다. 또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식료품 및 에너지 품목을 제외해 309개로 작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 물가지수로 국제 비교가 가능하다.
근원물가 지수는 날씨 등 계절 요인에 영향을 받는 품목을 제외하기 때문에 물가 변동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이 때문에 통화 당국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근원물가 수준과 향후 추이를 참고한다.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월 3.0%까지 올라선 뒤 올해 1월 5.0%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상승 폭은 줄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탓에 지난 3월(4.8%)에는 전체 지수 상승률(4.2%)을 추월했고 지수 간 격차는 매달 확대되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는 석유류 물가 하락에 힘입어 2개월 연속 2%대에 머물고 있다.
근원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이유로는 외식 물가가 주도하는 높은 서비스 물가가 꼽힌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외식 물가를 중심으로 개인 서비스 분야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근원물가 안정세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달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가 3.3% 상승하며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의 향후 경로와 관련해서는 상방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누적된 인건비 등 비용상승 압력에 더해 양호한 고용 상황과 서비스 소비 증가세가 근원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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