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준비 미비로 ‘생존 게임’이라는 오명을 쓴 새만금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서 대원들에게 지급된 복숭아를 훔쳐간 일반인 방문객 부부가 질타를 받았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잼버리 대원들 복숭아 두 상자 훔쳐 간 부부 많이 X잡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A씨는 전날 일일 방문객으로 자녀와 함께 방문한 잼버리 대회장에서 겪은 일을 전했다.
A씨는 “네 시간 운전해서 아이와 입장료 내고 잼버리 일일 입장했다. 입장료도 비싸더라. 성인 2만원, 13세 이하 1만원, 전라북도 도민은 공짜”라고 운을 뗐다.
그는 “각 부스마다 기념품을 나눠주거나 체험하는데 (기념품) 수량이 정해져 있어 온가족 다 주기 힘들어 보였다. 이건 분명히 스카우트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인데 굳이 그걸 다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도 전했다.
이어 “한 부스에서는 40대 아주머니가 기념품 이것저것 잡으며 ‘이거 다 프리(공짜)냐, 다 가져가도 되냐’고 큰소리 지르면서 고맙다고 ‘땡큐 넘버원’하는데 부끄럽지 않나 싶었다”며 “외국 어린 스카우트 대원들의 썩소(썩은 미소)를 보니 제가 다 부끄럽더라”고 전했다.
A씨는 “(또 다른 부스에는) 대원들 먹으라고 제공하는 복숭아가 있더라. 철수한 벨기에 진영에 조금 쌓아 놓았는데 대원들은 하나씩 가져가거나 나라별 지도 선생님들이 한두 상자 가지고 가더라”면서 “방문객들은 당연히 손댈 생각을 안 했다. 상식이니까. 아이들 고생하는데 과일이라도 먹으라고 제공된 거 아닌가. 수량도 넉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걸 두 상자나 훔쳐서 싣고 집으로 가는 가족이 있었다”면서 “그걸 들고 가는데 경찰도 관계자도 아무도 저지하지 않더라. 안 그래도 어수선한데 분위기 나빠질까 봐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 같기도 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가져다 놓으시라고 한마디 하려다 그냥 포기했다. 그런 말이 통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짓도 안 했을 거고 괜히 고성이 오가면 더 부끄러워질 것 같았다”며 “아이 데리고 갔다가 못난 어른들 추태만 보여준 것 같지만 반면교사 삼겠다”고 했다.
A씨는 그러나 “지역 특산물 기부하는 분들, 한국 기념품 챙겨와서 나눠주시는 분들, 얼음물이 무한 공급되는지 모르고 몇 상자씩 싸 들고 오신 분들, 입장과 동시에 아이들 걱정하시는 분들 등이 99.8%는 됐다”며 방문객들이 추태만 보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남은 시간 동안 귀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맛있는 거 먹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좋은 것도 많이 보고 안전하게 돌아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해당 글이 큰 관심을 받자 A씨는 추가 글을 올려 “복숭아 가져간 분이 어느 지역 사람인지는 모른다. 특정 지역을 비난한다면 그 복숭아 부부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일선 경찰들과 잼버리 지도자들도 땡볕에서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제지하지 않은 이유는 전북 특산물 전시장에서 구매한 제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잼버리를 방문한 절대 다수는 매너있고, 배려 깊었으며, 멋진 관람 매너를 가지고 계셨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문화를 나누고, 자국을 소개하고 뱃지·스카프를 나누며 나름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다”면서 “한국인의 국민성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 시민 의식을 잃은 극소수의 그릇된 행동을 목격한 대로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잼버리 참가자 3만6000여명은 8일 조기 퇴영했다. 전국 각 지역에 마련된 숙소에 머물면서 여러 관광 프로그램을 경험할 예정이다. 오는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폐영식과 K팝 공연을 끝으로 잼버리 일정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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