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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늘·바닷길 ‘올스톱’… 부산, 차수판 덧대 ‘4중 방어막’’ [태풍 ‘카눈’ 한반도 관통]

입력 : 2023-08-09 18:32:25 수정 : 2023-08-09 22: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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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대응 분주

울산, 대용량방사포 장비 선제 배치
침수 발생 땐 물빼기 작업 활약 기대
충북, 지하차도 차단시설 긴급 점검

인천항 등 주요 항구 선박 대피 분주
갯바위·방파제 등 해안가 접근 통제

제6호 태풍 ‘카눈’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태풍 방비책 마련에 힘을 쏟았다. 해안가에서는 차수벽을 세우고 ‘4중 방어막’까지 동원하며 바닷물이 넘치는 사태에 대비했다. 장마로 산사태 피해가 줄이은 경북과 지하차도 참사가 난 충북에서는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현장을 거듭 점검하느라 노심초사했다.

제주도는 하늘길부터 막았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492편 중 137편이 결항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다. 항공사들은 이날 오후 4시30분∼6시30분 이후 제주 출발편과 도착편 모두 운항을 취소한다고 사전 안내했다.

9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서 굵은 빗방울 속에 우의를 입은 자율방재단이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지난 8일 5000개에 이어 이날도 700개 모래주머니가 주민들에게 나눠졌으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상가·주택 앞에 쌓였다. 제주·창원=연합뉴스

바닷길은 완전히 끊겼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은 전날 오후 8시부터 제주도 내 항만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여객선은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11일부터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해안가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갯바위와 방파제, 어항시설, 연안절벽 등에 접근할 수 없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원거리 조업선과 연안조업선, 제주 해역을 지나는 선박 등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월파 위험 지역엔 통제선을 설치해 접근을 차단했다.

과거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입었던 지역은 더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한 초고층건물 앞에는 옹벽, 보호장치(볼라드), 모래주머니, 차수판까지 ‘4중 방어막’이 쳐졌다. 해당 건물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월파로 19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부터 중장비가 연신 거대한 모래주머니를 쌓아올리며 해안가 앞 상가 입구를 막았다. 모래주머니 앞으론 보호장치가, 그 앞으론 옹벽이 있다. 상인들은 이마저 불안해 상가 앞에 차수판을 덧대며 대피하고 있었다. 한 상인은 이삿짐 차를 동원해 내부 집기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는 차수벽이 세워졌다. 높이 2m, 폭 200m(10m짜리 20개) 크기다. 차수벽 안쪽으로는 횟집 등 지하층을 포함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차수벽은 평소에는 바닥에 눕혀져 있다가 태풍이 오면 소멸할 때까지 세워둔다. 만조와 파도, 폭우가 겹치며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경남지역을 할퀴고 지나갈 때도 차수벽이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울산시와 중구는 이날 오후 5시 태화·우정시장에 울산소방 ‘대용량방사포시스템’ 장비를 미리 배치했다. 이곳은 울산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 인근 저지대다. 2016년 태풍 차바 때 큰 물난리를 겪었다. 대용량방사포는 바다 등에서 물을 끌어와 대형 화재를 진압하는 ‘물대포’다. 수난현장에서는 소방용수로 쓸 바닷물을 퍼 올리는 데 쓰는 펌프를 침수지역의 물을 빼내는 데 사용한다. 1분에 7만5000ℓ의 물을 퍼낼 수 있다. 대형펌프차 26대, 동력펌프 115대가 동시에 물을 내뿜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힌남노’로 물에 잠긴 경북 포항을 구하는 데도, 최근 오송 지하차도의 물을 빼내는 데도 활약했다. 여기에 1분당 1만ℓ의 물을 빼내는 대형 펌프 6대도 함께 배치했다. 침수 우려가 높은 개별 주택 120가구와 공동주택 3곳에는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경북도는 산사태 피해 복구 작업 중인 예천 등 북부지역과 태풍 힌남노 피해를 봤던 포항 냉천 등 재해복구 사업 현장을 거듭 점검했다. 홍수 우려가 있는 저수지는 제방 균열이나 누수가 있는지, 물넘이 등 구조물이 손상됐는지 등을 살폈다. 충북도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하차도를 대상으로 차단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을 하루 앞둔 9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감귤 재배 농민들이 시설하우스가 강풍에 파손되지 않도록 노끈을 단단히 동여매느라 분주하다. 제주·창원=연합뉴스

부산항과 인천항 등 주요 항구와 해안가에선 선박 대피로 분주했다. 물류 입출입이 많은 항만에서는 크레인 등 하역장비를 단단히 묶는 작업을 진행했다. 컨테이너는 넘어지더라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4단 이하로 쌓고 있다. 경남지역 해안가에선 어선 1만3589척과 낚시어선 1172척 등이 피항을 마쳤다. 학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개학일을 미루고 있다. 제주에서는 일부 학교가 하교 시간을 앞당겼고, 초등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 과정 등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경남지역 모든 학교는 10일 전면 원격 수업을 한다.

산업현장도 분주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HD현대중공업은 전날부터 차량과 선박을 안전한 장소로 일제히 옮겼다. 건조 중인 선박들은 강풍에 대비해 계류 로프를 보강했다. 경남의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외부에 있는 각종 장비, 컨테이너를 단단히 묶고 크레인을 고정했다.


울산·창원=이보람·강승우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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