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직원들 계좌 실적 높이려
고객 신청서 수정한 뒤 임의 개설
시중은행 전환 시도 DGB측 ‘곤혹’
금감원 “위법·부당행위 엄정조치
보고 지연 경위 따져 책임 물을 것”
경남銀·국민銀 이어 또 금융사고
은행권 잇단 내부통제 실패 도마에
최근 은행 직원들의 부정행위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DGB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금융감독당국의 내부통제 지도·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9일부터 긴급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내 한 영업점 직원들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동의 없이 몰래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뒤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법을 동원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대구은행은 계좌개설을 이상하게 여긴 한 고객의 민원을 받은 뒤 지난달 12일부터 자체검사를 진행해왔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으로부터 보고받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제보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안 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새로 계좌를 개설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꾀하던 대구은행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금감원은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 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이번 사고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본건은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테마)감사에 착수해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은 전혀 없다”며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했던 경남은행 직원이 5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가 덜미를 잡힌 데 이어 KB국민은행 증권업무 대행 직원들과 지인들이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적발되는 등 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들이 차차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은행권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감원의 지도 및 감독, 책임추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인천 서구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 업무 협약식’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수신 과정에서 고객자금을 운용하는 건 은행의 기본적 핵심업무인데 그 과정에서 거액의 장기간, 반복적 자금유용이 있었다는 건 제 입장에서는 관리를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꽤 일찍 은행 내부에서 파악했음에도 당국에 보고가 지연된 여러 제반 책임에 대해선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의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다만 “은행의 부수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최고위층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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