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 기본요금이 8년 만에 올랐다. 13일 서울 버스 요금 조정안에 따르면 간선·지선버스와 마을버스 기본요금이 성인 기준 각 300원씩 올라 1500원과 1200원이 됐다. 순환버스도 300원, 심야버스는 350원, 광역버스는 700원씩 기본요금이 인상됐다. 이에 순환버스는 1400원, 광역버스가 3000원, 심야버스는 2500원으로 기본요금이 조정됐다.
이미 각종 식재료와 생필품 가격, 유가 등이 올랐고 올해 초 택시요금도 상승한 상황에서 공공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한층 더 올라갔다. 8년간 동결됐던 기본요금이 오른 것이지만 물가가 연이어 상승한 시점과 맞물리며 교통비 인상폭이 크게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직장인 이모(25)씨는 “왕복으로 치면 하루 600원, 한 달이면 1만8000원 정도 교통비가 오르는 것”이라며 “아직 날씨도 더워 걸어 다닐 자신이 없는데 팍팍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 거주하며 서울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조모(31)씨는 “좌석버스를 타 한 달에 교통비가 이미 16만원 정도인데 이제 출퇴근에만 6000원, 퇴근 후 약속이라도 있으면 하루에 이동에만 1만원은 나가게 생겼다”며 “교통비가 점심 한 끼”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장모(30)씨도 “아침마다 걸어서 25분 정도 거리인 체육관에 시내버스를 타고 운동을 가는데 이제는 더 일찍 일어나서 걸어가야될지 고민된다”며 “업무상 버스로 짧은 거리를 탈 일이 많아 기본요금 인상이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급은 그대로라 점심 밥값도 부담인데 직장동료랑 알뜰교통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탄했다”고 덧붙였다.
수입이 많지 않고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의 경우 체감 인상 폭이 더 컸다. 대학생 김모(23)씨는 “밥값이 올라 안 그래도 한 달 생활비가 빠듯했는데 교통비마저 올랐다”며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오전 6시30분 이전에 이용하는 첫 번째 대중교통에 한해서는 기본요금의 20%를 할인해 준다고 하는데 만차 버스 안 타려고 수업을 일부러 출퇴근 시간 피해서 잡는 마당에 대학생들에게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16년간 유지됐던 어린이·청소년 버스 요금도 올랐다. 간선·지선버스 기본요금이 청소년 720→900원으로, 어린이 450→550원으로 올랐다. 서울 강서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7)양은 “받는 용돈은 그대로인데 버스비는 한 달에 5000원가량 올랐다”며 “하굣길에는 친구들과 걸어서 귀가해 교통비를 줄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어른들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1000원, 2000원씩 모아 사고 싶은 걸 사는 학생들에겐 큰돈”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하반기에 버스비 추가 인상이 예고된 만큼 시민들의 불만은 더 컸다. 직장인 은모(27)씨는 “기존 요금의 25%가 올랐는데 내년에 150원이 더 인상된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과 모순된 조치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은씨는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실패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 준공영제라는 현행 제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직장인 김지문(27)씨는 “준공영제라며 운영사에는 이익을 챙겨주는데 버스 기사들은 박봉에 시달린다고 들었다”며 “탑승객의 요금은 인상되는데 기사들의 처우가 얼마나 나아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버스 승객이 줄 수도 있는데 그럼 요금 인상이 과연 본질적인 해결책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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