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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게 없다” 십수년째 내국인면세점 품목 제한… 스스로 발묶는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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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17 14:48:08 수정 : 2023-08-22 15: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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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매출 점유율 7.5% 불과
ICC제주 내 매장 넓히고 품목 확대해야
도 조례로 가능한데도 특허권한 ‘유명무실’

“내국인면세점이 공항이나 시내나 판매 품목이 별반 다를게 없네요.”

 

17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내 제주관광공사(JTO) 지정면세점을 찾은 관광객 김아현(가명)씨는 “제주 여행 도중에 시내에서 여유를 갖고 쇼핑을 하려했는데 의류나 레저스포츠용품 등은 없고 공항에서 판매하는 술·담배·화장품 등이 전부라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20년 가까이 묶여 있는 지정면세점 판매 품목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제주에는 외국인 중심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과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지정면세점이 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내 제주관광공사(JTO) 지정면세점 전경. 제주관광공사 제공

시내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제주점·신라면세점 제주점이 있으며, 지정면세점으로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JTO가 제주공항(항만·온라인)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항만·온라인)에서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제주관광공사를 설립하고 2009년 3월 제주 관광 통합마케팅 재원 마련을 위해 ICC제주에 지정면세점(JTO 지정면세점)을 설치했다. 앞서 2002년 설치한 공항 지정면세점(JDC 지정면세점)은 국토교통부(JDC)가, 시내 지정면세점은 제주도가 운영 권한을 갖고 있다. 국내 항공·선박을 예매하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내국인이 주로 이용한다. 올해부터 면세한도가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늘었고, 주류도 기존 1병에서 2병까지 구입할 수 있다.

 

제주 지정면세점 두 곳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공항 내국인면세점인 JDC 지정면세점은 6584억원, 시내에 있는 JTO 지정면세점은 539억원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운영하는 JTO 지정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7.5%에 불과하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 동안 연간 매출은 개장 첫해(2009년 3월30일 개장)를 제외하고 306억∼540억원으로 답보 상태다. 입점 조건이 여행객이 몰리는 공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매 품목도 공항과 비슷하다.

 

◆주류·화장품·담배 등 대동소이…의류·스포츠용품 등 확대해야

 

실제 올해 상반기 품목별 매출을 보면 JDC 지정면세점(2872억2500만원)은 주류가 640억원(22.3%)로 가장 많았고, 화장품 554억원(19.3%), 담배 522억원(18.2%), 패션(가방·지갑·벨트)·라이터 416억원, 향수 358억원(12.5%) 순이었다.

 

JTO 지정면세점(208억9700만원)도 주류 79억원(38.7%)으로 가장 많았고, 패션 42억원(20.5%), 화장품 19억원(9.5%), 담배 17억원(8.5%), 선글라스 16억원(8.2%) 등이었다. 매출 점유율은 공항이 92.5%로 절대적이다.

 

지정면세점 설립 취지인 제주도 여행객의 편의 증진과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제주도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지정면세점 판매 품목 확대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정면세점 면세물품 범위에 관한 조례’로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상권 보호’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대의 명분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가진 지정면세점 특허권은 유명무실하다. 

 

이처럼 지정면세점이 각종 규제로 묶여 있는 동안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19년 지정면세점 매출은 5400억원인 반면,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롯데·신라면세점의 보세판매장 매출액은 2조3800억원으로 4.4배에 달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전경.

◆제주관광공사, 유명브랜드 유치 등 마케팅 ‘미흡’

 

제주관광공사 면세점 성장이 더딘 이유는 불리한 입지 조건 탓도 있지만 자구 노력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지정면세점 특허 장점을 이용한 콘텐츠 개발, 마케팅 강화, 글로벌 유명 브랜드 유치 등 핵심사업체에 집중하지 않고, 무리한 보세판매장(외국인면세점) 진출 실패로 도민에게 외면받았다.

 

JTO 지정면세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품목 확대와 함께 매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장 면적(2285.6m², 약 691평) 2009년 개점 당시 그대로다. 반면, JDC 공항 지정면세점의 경우 2002년 설치 당시 매장 면적보다 현재 두배 이상 확장했다. 공항 지정면세점 매출이 오르면서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임대료 수입도 덩달아 증가해 제주공항 시설 확충 등에 쓰이고 있다.

 

JTO 지정면세점이 들어선 ICC제주(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의 경우도 면세점 임대 면적을 넓혀 적자 해소 등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JTO 지정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와 쇼핑과 결합한 재미있는 체험 콘텐츠가 함께 있어야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中 하이난, 면세쇼핑 규제 풀자 지역경제 성장 ‘쑥쑥’

 

제주도 지정면세점을 벤치마킹한 중국 하이난성의 경우 2020년 7월 ‘하이난 리다오(‘섬을 떠난다’는 뜻의 중국어) 관광객 면세쇼핑 완화 정책’으로 구매 한도를 1인당 연간 3만위안(한화 575만원)에서 10만위안(한화 1917만원)으로 확대하고 출국을 하지 않는 내·외국인 방문자 모두 면세쇼핑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면세품목을 38개에서 45개까지 확대하고 하이난을 방문한 중국 내국인이 본토로 복귀한 후에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의 완화 정책을 폈다.

 

2020년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중국 정부의 완화 정책을 등에 업고 한국 면세점이 코로나19로 휘청거리는 사이 세계 면세점 매출 1위에 오르며 한국, 홍콩 등 해외 면세시장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돌입했다. 올해 하이난은 면세점 판매 호조로 인해 지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9.5%(평균 6%)로까지 설정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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