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기를 낳으면 주택 관련 혜택을 주는 등 공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여전히 육아휴직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 전해져 보는 이를 씁쓸하게 했다.
지난 29일 온라인상에 시험관 시술로 귀하게 얻은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편이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하소연이 전해졌다.
해당 글은 지난 2일 한 유명 맘카페에 ‘남편이 육아휴직 후 승진 탈락했어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것으로,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퍼붓기’ 속에 재조명 받고 있다.
글쓴이 A씨는 “40대 중반 늦은 나이에 시험관 시술 8번으로 귀하게 얻은 자식”이라며 “남편이 육아휴직 내고 100일까지만이라도 같이 키우고 싶다고 해서 석 달 휴직하고 어제 복귀했는데, 다들 승진해있다고 하더라”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남편도 2년 전 승진 대상이었는데 1년 선배가 승진 대상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선배 먼저 승진 후 승진하겠다고 2년을 양보했다”며 “올해는 우리 남편 승진 차례인데 3개월 육아휴직 다녀오니 탈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회사에서 최초로 육아휴직 쓴 사례라더라. 앞으로 육아휴직 쓰면 이렇게 될 줄 알라고 본보기를 보여준 건지…저출산으로 출산 장려한다지만 현실은 이렇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글이 온라인상에 퍼진 29일 정부는 신생아 출산 가구에 한 공공분양주택을 제공하는 이른바 ‘신생아 특공’과 함께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 정책 등을 내놨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는 부모급여를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육아휴직 유급 지원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린다며 “법 개정 전에 이미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경우도 불이익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강조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출산이라고 대책 내놔도 회사들이 다 이런 식이라 소용 없다”, “육아 휴직 쓰면 승진 탈락 예정된 나라에서 애는 무슨”, “원래 승진 대상이었는데 3개월 쉬었다고 승진 미룬 게 당연하면 누가 육아휴직 쓰고 애를 낳겠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 누리꾼은 “육아휴직 중 인사가 있었다는 얘기냐. 원래 휴직 중에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휴직 상담할 때 상사가 내년 인센티브는 깎일 거라고 했다는데, 그럼 승진 부분도 언급해주셨으면 각오하고 휴직했을 것”이라며 “남편이 회사에 좀 서운했나 보다. 불이익 주려고 탈락시킨 게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한 누리꾼은 “저출산 현상을 개선하려면 육아휴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돕는 직장문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가 저출산 정책으로 쓴 돈은 총 280조원이지만,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출산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를 면치 못하는 처참한 수치를 보여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이 수치를 들은 한 미국 대학 교수는 “완전히 망했다”며 망연자실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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