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단식 농성장을 찾아 자신에게 ‘빨갱이’, ‘쓰레기’라고 발언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태 의원은 방문 3분 남짓 만에 쫓겨나듯 떠났다.
태 의원은 7일 오전 11시28분쯤 A4 용지를 손에 든 채 국회 본청 앞에 꾸려진 이 대표 단식 천막에 도착했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를 하던 자신에게 민주당 의원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데 대한 항의성 방문이었다.
농성장을 지키던 조정식·김승남·김원이·신정훈 의원 등은 태 의원의 진입을 제지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쇼하고 싶은 모양인데 당신 지역구 가서 하라”고 막았고, 다른 의원들도 “쇼하러 오는 거 다 안다. 딴 데 가서 쇼하라”고 동조했다.
태 의원은 “대표를 만나겠다고 하는데 왜 막느냐”며 “오래 안 만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다(김원이)”, “무례한 거다. 나한테 전달하라(조정식)” 등 태 의원을 거듭 제지했지만 태 의원은 “대표가 만나겠다는데. 진정성 있게 만나겠다는데 왜 막느냐”고 농성장에 진입했다.
신체 접촉이 벌어지자 태 의원은 “손대지 말라”고 맞섰고, 천막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며 태 의원을 천막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태 의원은 오전 11시34분쯤 농성장에 들어서 이 대표를 향해 “대표님께서 단식해서 보고받았는지 모르겠는데”라며 전날 ‘빨갱이’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손을 들고 “짧게”라고 응대했다.
태 의원은 “어제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하는 도중에 저를 향해서 막말을 넘어선 원색적인 막말을 했다”며 “제가 이만하면 넘어가겠어, 그런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을 국회 그것도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할 수 있냐”고 항의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의 발언에 답하지 않았지만 김원이 의원이 “태영호, 민주당에 뭐라 했느냐”고 항의하자 손을 들어 제지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단식 투쟁 안하고 있는 원내대표가 있으니까 거기서 말하라”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정리를 시도했지만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표님이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이건 누가 결정할 수 없다”며 “제게 몇 분 동안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소리치고 외친 박영순 의원을 대표님이 가만 두면 안 된다. 의원직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듣기만 했다. 결국 김원이·조정식 의원 등이 3분여쯤 뒤 태 의원을 단식장에서 끌어냈다.
태 의원은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떠밀려 나가면서 “1분도 얘기를 안 했다”, “밀지 말라”, “밟지 말라”, “본인이 만나겠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항의했다. 신정훈 의원이 “예의가 없다”고 삿대질을 하는 등 민주당에서도 태 의원을 향해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태 의원의 말을 듣고만 있던 이 대표는 그가 떠나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혼잣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 의원은 이후 농성장 옆 본청 입구 앞에서 박영순 의원 출당과 의원직 박탈, 민주당에서 출당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등을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낭독했다.
그는 “이제라도 민주당이 철 지난 빨갱이 (소리를) 당장 거두고 성찰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박영순 의원을 출당시키고 제명하는 게 바로 대한민국에서 허물어져가는 공리를 바로잡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하는 조치가 안 이뤄지면 이재명 대표 면담을 다시 한번 요청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계속 찾아오겠다. 오늘 같이 등 떠밀려나가더라도 계속 찾아오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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