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북에서 쓰레기가 왔네”라는 말 한마디가 ‘처형’처럼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며 북한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상기시킨 것으로 보였다. 몇 년 전 ‘변절자’라는 민주당 의원의 비난을 이미 들었던 터라 태 의원은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 의원은 8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북한에서는 쓰레기로 벌써 됐다는 건 처형되든지 사회에서 없어져야 되는 것”이라며, “북한 사람들은 ‘쓰레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제 세상에서 끝났구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북해온 사람들에 대해 북한 김정은 정권에서 가장 수위가 높은 욕이 ‘쓰레기’”라며 “‘너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태 의원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행사 참석을 비판하며, “이런 반국가적 행위에 민주당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 문제 등과 싸잡아 “공산전체주의의 맹종”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북한에서 못된 것만 배워서” 등 거친 언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태 의원은 민주당 의석을 향해 “말 똑바로 해”라며 맞섰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나서서 “쓰레기라든지 인신공격적 발언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태 의원은 2020년 7월 당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질의에 나섰다가 ‘후보자의 사상검증이라는 반(反)민주주의적인 질의를 반복했다’ 등 비판을 민주당으로부터 받았었다. 이 과정에서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 의원을 겨냥한 ‘변절자의 발악’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논란이 되자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북한 출신인 점을 콕 집은 민주당의 포화를 두고 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모르고 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평생 이런(그런) 인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회의원들도 이런 표현을 쓰면 안 되고 인간을 차별하면 안 된다”며, ‘북에서 쓰레기가 왔네’라던 비난에는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게 지역감정 아닌가”라고 반응했다.
태 의원은 ‘공산전체주의 맹종’이라는 말로 민주당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 지난 7년간 북한인권재단 이사가 추천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이유를 댔다. 그리고는 “정책적인 논쟁과 반박은 안 한다”면서 “인격 모욕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재단이 국회 비협조로 지난 7년간 출범하지 못한 데 따른 통일부 우려와도 맥이 통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사단법인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출범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상국 인권정책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고 국회가 만든 법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이 국회 비협조로 7년간 출범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운영, 북한인권단체 지원 확대 등 나름대로 역할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 증진과 관련한 실태조사와 연구, 정책개발 수행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된 북한인권법 이행의 핵심 기구다. 북한인권법은 통일부 장관과 국회 추천을 통해 이사장 1명을 포함한 12명 이내의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두도록 했으나,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태 의원은 이와 함께 ‘쓰레기’ 발언 당사자 의원의 제명을 요청하러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투쟁 천막을 찾았다가 자신이 현장에서 나온 후, ‘많이 억울했던 모양이지’라던 이 대표 반응에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현장을 중계하던 이 대표 유튜브 채널 영상에는 ‘기가 막혀서, 기껏 그 이야기를 하러’라던 동료 의원의 어이없다는 투의 반응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며 희미하게 웃던 이 대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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