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심사가 9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가운데, 이 대표도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8분쯤부터 9시간16분 동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이나 오는 27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3분쯤 법원에 출석하며 ‘(로비스트) 김인섭씨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언제인가’, ‘민주당 측 인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진술 번복 요청한 것 알았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이동했다.
유 부장판사는 낮 12시40분쯤부터 약 40분간 심사를 휴정했고, 이 대표는 법정 내부에 마련된 공간에서 미음을 통해 식사를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영장실질심사는 2~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휴정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 부장판사는 백현동 2시간30분, 대북송금 2시간30분 등 주제 별로 시간을 배정한 뒤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고 한다. 유 부장판사는 의문이 남은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서는 최재순 공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 등 검사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500쪽 분량의 PPT를 준비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를 중심으로 판사 출신 김종근·이승엽 변호사 등 6명 규모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심사 과정에서 직접 발언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본적인 혐의 소명을 주장한 후 증거인멸 염려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자신의 재판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하급자였던 증인들을 회유·압박할 정황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을 통해 이 전 부지사 아내의 연락처를 건네받은 문자메시지도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이 번호를 통해 이 전 부지사 아내와 접촉했고, 그 이후에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옥중 서신이 공개된 것은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이 전 부지사와 접견하며 “위에서 ‘검찰이 탄압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옥중 서신을 써달라고 한다”고 요청하는 내용의 녹취도 법정에서 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공문 불법 유출과 관련해 이 대표, 민주당 전 정무조정부실장, 신 전 국장이 연락한 기록도 제시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배재로 200억 손해를 입힌 혐의, 스마트팜 및 방북 비용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납부하게 하고 부정한 청탁을 받은 혐의, 검사 사칭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 위증 교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헌정사 초유의 심사인 만큼 장시간이었다. 이 대표의 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을 넘겨 역대 두번째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최장 기록은 10시간5분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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