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위한 반대로 민생 정책 스톱”
“밀어붙이는 정부·與, 계파싸움 野
2024년 투표소 갈지조차 알 수 없어”
‘정치에 회의감’ 무당층 날로 늘어
추석 연휴를 보낸 수도권의 밥상머리 민심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향하진 않는 듯 보였다.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지만 정치색을 띠지 않는 중도층이 풍부한 수도권에선 표심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각양각색의 의견이 쏟아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는 중도층이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은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을 점차 떠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투쟁과 체포동의안, 구속영장 기각,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드라이브 등 정치 이슈는 서민들의 관심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었다. 서민 살림살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물가 걱정에 날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대출이자 등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자신을 무당파라고 밝힌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62)씨는 3일 “여야가 너무 싸워 다들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정치권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많이 하고, 서로 싸우느라 민생을 위한 정책 추진도 안 되는 것 같다. 국민을 위한 이슈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기 수원의 40대 직장인 박모씨도 “물가가 많이 올라 주머니가 가벼워진 만큼 현 정부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이나 ‘계파싸움’에 빠진 야당에 모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어 내년 총선 때 투표장에 갈지조차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가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경기 김포에 사는 회사원 정모(38)씨는 “국회가 민생에는 관심이 없고 표에만 생각이 쏠려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에 지하철 5호선 연장 문제가 관심사인데 인천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이 눈치만 보면서 발표를 미루고 있다”며 “양평고속도로도 그렇고 민생과 관련된 일을 왜 정치적으로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여행업에 종사 중인 원모(36)씨도 “생각보다 업황 회복이 더디다”며 “코로나19 때보다는 낫지만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다. 중국 손님이 늘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중국과 관계를 풀지 못하다 보니 여객이 제대로 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말로만 ‘민생 챙기기’를 꼬집는 목소리도 컸다. 인천 서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당장 교통비가 인상됐고 우윳값도 가파르게 오르는 등 생활물가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정부는 이런 고충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의 60대 자영업자 최모씨는 “바로 옆 식당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로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뉴스를 보면 여전히 안 좋은 일로 시끄럽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사원 박모(30)씨도 “얼마 전 부산 광안리에 놀러 갔는데 큰 회센터에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충분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관한 바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나왔다. 대학생 서모(인천 미추홀구 거주)씨는 “학자금 대출 등 이미 적지 않은 빚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졸업 이후 결혼해서 번듯한 내 집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최근 집을 산 허모(37)씨는 “영끌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은 내려가고 이자는 올랐다”며 “실거주 목적이라 괜찮지만 물가도 올라 생활이 퍽퍽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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