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6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본투표가 진행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모의고사를 한 번 보겠다’는 국민의힘 셈법이 숨어있다고 짚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 선거를 통해서 거둘 수 있는 목표가 무엇이 있을까 했을 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께서 수도권의 민심을 그대로 한 번 강서구에서 결과를 받아보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를 강조하듯 ‘선거 결과가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총선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보겠다는 생각을 여권 지도부하고 용산에서 갖고 있는 건가’라는 진행자 반응에도 “그 의도가 아니면 여기에 이렇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이 전 대표는 답했다.
자신에게 당 지도부 등의 도움 요청이 없었냐는 물음에는 강서병 당협위원장 출신이자 측근인 김철근 전 정무실장을 통한 의사타진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면서도, “관심이 없어서 어떤 요청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보궐선거 향방에 무심해했다.
이번 선거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의 답변에 진행자가 이유를 묻자, 이 전 대표는 “선거는 오너십을 갖고 지휘하든지 아니면 내 선거이든지 둘 중에 하나”라며 “애매한 거 하면 애매하게 해서 욕 먹는다”고 밝혔다.
특히 김태우 후보가 포함된 ‘광복절 특사’ 결정 주체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하듯 이 전 대표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께서 주도하는 선거”라며 “잘되면 대통령께서 무한한 영광을 가져가시고, 잘못되면 대통령께서 거기에 대해 생각해보셔야 된다”고도 언급했다.
당 지도부 등이 김 후보 총력 유세를 펼치는 등의 이면에는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 확인 등 의도가 깔렸을 거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김 후보 당선 직전까지 14~16대 구청장이 민주당 출신 단일 인물이었고, 현재 지역구 의원도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이곳에서 김 후보가 진교훈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면 ‘수도권 위기론’ 타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으며, 반대라면 수도권 위기론 실재 확인으로 전열은 가다듬을 수 있을 거라는 당 지도부 셈법이 숨었다는 의미로 비친다.
이 전 대표는 “저 같은 사람은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수도권의 위기론이 실제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고,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봐라, 이 자식들아, 이거 내가 잘하고 있잖아’ 이걸 보여주고 싶은 거일 것”이라면서,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올 것으로 보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대통령께서 잘되시길 바란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