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金 42개로 종합 3위 올라
일본과 금메달 격차 좁혀 의미
배드민턴 안세영·탁구 신유빈 등
눈부신 성장으로 값진 결실 이뤄
AG 병역혜택 폐지 논란 재점화
인간과 디지털 거인이 동시에 성화를 점화하며 시작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중국의 ‘금메달 파티’로 마무리된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목표했던 금메달 50개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샛별이 빛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들의 등장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42개를 포함해 모두 190개의 메달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29개 이후 가장 적다. 일본은 금메달 52개로 종합 2위에 올랐다. 그래도 한국은 일본과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은 49개, 일본은 75개의 금메달로 26개 차이가 났지만 이번에는 10개로 줄었다. 중국은 481개 금메달 가운데 41.8%(201개)를 가져가며 안방 잔치를 즐겼다. 이는 2010년 항저우 대회에서 중국이 따낸 역대 최다 금메달(199개)을 넘는 수준이다. 중국은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41년, 11회 대회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일본과 격차를 줄였다는 것에 더해 ‘신성’이 빛났다는 것도 한국 선수단이 항저우에서 거둔 성과다. 양궁에선 ‘막내 에이스’ 임시현(20·한국체대)이 3관왕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임시현은 이번 대회부터 기자단 투표로 선정하는 한국 선수 최우수선수(MVP)에도 수영 3관왕 김우민(22·강원도청)과 나란히 선정됐다. 임시현은 “파리올림픽에 나서게 된다면 이번 대회만큼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우민과 더불어 2관왕 황선우(20·강원도청) 등 황금세대가 쑥쑥 성장한 모습을 보인 한국 수영도 파리에서 새 역사를 써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배드민턴 안세영(21·삼성생명)은 여자 단체전과 단식 2관왕에 오르며 ‘여제 대관식’을 가졌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천적’으로 불렸던 중국 천위페이를 단체전과 단식 결승에서 연달아 물리친 건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안세영은 단식 결승에서 1세트 경기 중 무릎 부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8일 귀국 직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받은 안세영은 무릎 근처 힘줄이 찢어졌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아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5주 동안 재활 기간을 가진다.
학업도 포기하고 훈련에 매진한 신유빈(19·대한항공)도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함께 합을 맞춰 출전한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혼성 복식과 여자 단식, 여자 단체전에서는 3위를 차지하며 모두 4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역도에서도 새로운 요정이 등장했다. 박혜정(20·고양시청)은 이번 대회 역도 최중량급에서 정상에 서면서 한국은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오게 됐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뒤를 따라가고 있는 박혜정은 파리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성적과는 별개로 이번 대회 이후부터 아시안게임 병역혜택 폐지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병역혜택은 1973년 예술·체육계 종사자들의 국위선양 동기부여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1974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16개에 불과했지만 2002년 최대 96개를 가져올 정도로 메달이 늘었다. 병역이 걸려 있다 보니 남자 선수들이 적극적이다. 미국투어골프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수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않은 반면 남자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했다. 더군다나 일부 프로 선수들은 병역혜택만 받고 다음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않기도 한다. 여기에 체스나 바둑, e스포츠 등을 여전히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특히 국위선양에서는 뒤지지 않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은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아시안게임 병역혜택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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