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태우 사면후 무공천·재출마 이견
이재명, 10여명 중 진교훈 ‘전략공천’
다급해진 與, 용산 의중 담아 金 낙점
민주당, 李 단식 길어지자 선거전 총력
與도 안철수·나경원 투입해 지원사격
“일꾼 선택” vs “정권 심판” 투표 독려
“구청장 선거가 전국구급으로 판이 커졌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과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당초 총선 전 치러지는 전초전 성격이라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이렇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고는 정치권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공천 무드에서 출마로 급선회
지난 7월, 당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여당 소속 서울지역 구청장 10여명은 강서구청장을 지낸 김태우 후보의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김 후보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등판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만 해도 이러한 주장은 큰 힘을 받지 못했다. 김 후보의 사면 여부조차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사면 발표가 임박한 8월 초까지만 해도 당 지도부는 이번 보궐선거에 참전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이었지만 사실상 ‘무공천’에 무게가 실렸다. 김 후보가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해 치러지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김 후보에 대한 특별사면이 실행되고도 당 안팎에서는 원칙대로 무공천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당한 법원 판결을 고려해 재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분했다. 그러다 8월 말 김 후보의 공천으로 돌연 기류가 바뀌었다. 용산의 의중이 담겼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여기에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했고, 한때 10여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민주당 경선은 지난달 4일 경찰청 차장 출신의 진교훈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다급해진 국민의힘도 나흘 뒤 강서구청장 후보 출마 방침을 정하고 경선을 통해 김 후보를 공천했다.
◆윤석열 VS 이재명 대리전 구도
진 후보에게 이 대표의 의중이 실리면서 특별사면으로 사실상 용산의 선택을 받은 김 후보와의 대립구도가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됐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민주당은 구청장 선거에 더 공을 들였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전당대회 때 경쟁했던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까지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으로 모시며 총력전 체제를 갖췄다. 여기에 당 현역의원 전원을 강서구의 동별로 배치해 지역 유세와 활동을 독려하면서 1개 구청장 선거가 전국구 선거로 체급이 올라갔다. 민주당도 이에 맞서 강서구 현역의원 3명을 비롯해 이해찬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당 전·현직 의원들이 총출동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가 가결되고, 이후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과정에서 구청장 선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지난 6∼7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별 후보 공약보다는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른 선거구도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투표일인 11일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하며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는 야당 대표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사람이 아닌, 강서구민을 위해 일할 진짜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이미 추진력을 증명한, 힘 있는 김 후보만이 강서구 발전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진 후보를 겨냥해 “당 대표 방탄을 호소하는 후보에게 결코 강서구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투표가 곧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주재한 최고위원 회의에서 “강서구민들께서 진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성원을 보내주시고 윤석열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는 데 마음을 모아주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만한 권력에 경고를 보내주십시오”라고 투표를 정권심판과 연관지었다.
◆선관위 보안 점검 두고 날선 대립
여야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개표 시스템의 해킹 위험성을 발표한 국가정보원의 보안점검 결과와 관련해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투·개표시스템마저 해킹에 무방비로 방치하였다니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런 유치한 보안수준의 선거관리 시스템을 방치해둔 채 국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온 자들을 발본색원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유 수석대변인은 “선관위의 선거시스템 개선이 신뢰성을 갖출 수 없다면 기존 선거제도의 변화까지 검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과 국정원이 이번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홍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선관위 점검 결과와 관련해 “지난 9월 합동점검 결과 끝난 내용을 굳이 보궐선거 하루 앞둔 날 발표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선관위가 해킹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보완책을 제시하는 것이 국정원이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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