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를 반전 카드로 내밀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핵심 지도부는 자리를 지켜 당내에서마저도 꼬리자르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 참패로 인해 다가오는 총선에 적신호가 켜진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통령실 출신 등 새인물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될 것이란 위기의식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전투 패배 후 장수가 꼬리자르기” 국힘 내부 비판 목소리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 임명직 당직자들의 총사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한 임명직 당직자들의 결단을 존중하고, 그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당이 되도록 면모를 통합형으로 일신하고, 민생을 우선으로 하며, 개혁정당으로 발전적 도약을 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은 이날 오전 유상범 수석대변인 명의의 서면 공지에서 “당의 안정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당대표가 임명하는 당직자에는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전략기획·조직부총장, 수석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 지명직 최고위원 등이 포함된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3일 만에 나온 총사퇴 결정으로 선거 패배에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등은 자리를 지켜, 당내에서도 꼬리자르기란 비판이 나왔다.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인데도 불구하고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연일 상주하듯 지원 유세에 나섰고,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핫라인으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치켜세우기까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다.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될 일”이라며 “그 지도부로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 모두 지도자답게 처신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임명직 당직자 사퇴카드를 꺼내든건 김 대표가 직접 새로운 체제를 꾸려 책임지고 내년 총선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또 총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내홍을 막겠다는 의미다.
이번 수습에는 공천 과정에서 용산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려면, 당정 일체를 강조한 김기현 체제가 더 낫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현재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에서부터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약 30명에 가까운 인사들이 총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역 의원들과 대통령실의 논의과정에서 김 대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향후 총선을 생각하면 급하게 당 지도부를 교체하기 보다는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데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대표 체제에서 새로운 총선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뼈아픈 패배에 총선전략 수정 불가피, 새인물론 고개들듯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위기에 놓이는 등 대외적으로 유리한 국면에서 참패를 한 국민의힘은 향후 총선 전략 전명 수정이 불가피 하다.
이번 선거 패배는 국민의힘으로선 뼈아프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김승현 후보(48.69%)에게 승리한 김태우 후보(51.3%)가 단 일 년 만에 39.37%로 진교훈 후보(56.52%)에게 큰 차이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뒤를 정의당 권수정 후보와 진보당 권혜인 후보 등 진보 성향 후보들이 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보수의 참패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패배할 수도 있겠다는 분석은 일부 있었다”면서도 “한자리를 예상했지 이번처럼 두자릿수 이상의 차이로 패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즉 당과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패배라는 뜻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는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총선 도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곤 있지만, 국민의힘에선 현재 윤심 전략을 제외하곤 내년 총선에서 내세울 뚜렷한 캐치프라이즈가 없다. 오히려 현역 의원들을 대신한 새인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이중 대다수는 대통령실 출신들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내부적으로 총선 출마 수요를 파악한 결과, 출마 의향을 밝힌 참모는 3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급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서관급에선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한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등도 출마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2020년 21대 총선에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25명이 출마했는데, 이 중 15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당시 총선 직전 문 대통령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이에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중후반대에 갇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산 프리미엄이 당내 경선에선 유효하겠지만 본선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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