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찾아…일부 참석자에게 야유 듣기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활동의 주요 키워드로 ‘변화’와 ‘통합’을 내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서울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참석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묘역 참배로 자신의 다짐을 꿋꿋이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인 위원장은 30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추모탑에 참배하고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한 후, 5초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2020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이곳을 찾아 ‘너무 늦게 왔다’며 보수 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무릎 사과’를 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떠올리게 했다.
방명록에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인 위원장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글씨도 잘 못 쓰고, 묘지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며 “도저히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업적이 됐고 기억 속에도 남아있다면서, 인 위원장은 “유대인들이 한 말을 빌리자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덧붙였다. 독일이 저지른 홀로코스트(Holocaust)의 과거사에 대한 유대인의 태도가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대목을 끌어와 이처럼 밝혔다.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편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통역한 것으로 알려진 인 위원장은 “두 가지 또렷한 기억이 남아있다”면서 ‘북쪽을 향해서 우리를 지켜주는 총이 왜 남쪽으로 향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원통하다’, ‘우리를 공산주의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매일 애국가를 부르고 반공 구호를 외치고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등 당시 시민군 대표 발언을 전했다.
인 위원장의 민주화운동 묘역 참배는 혁신위 출범 이후 첫 일정으로 이곳에 방문하겠다던 약속의 실천이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다음 주 정도 위원들이 정해지면 제가 5·18(묘지)에 모시고 갈 거고, 출발은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었다. 혁신위원들과 함께 광주에 온 인 위원장은 참배 후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과 국가유공자법 개정 등을 요청하는 5·18유족회 등 3개 단체로부터 건의문도 받았다.
인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1주기인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했다가 행사 참여자 일부에게서 거센 야유와 항의를 받았다. 같은 당 김경진·박소연·이소희 혁신위원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추모행사를 찾은 인 위원장은 희생자 분향소 헌화·묵념 후 1부 추모대회가 끝날 때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별도 공개 발언은 없었으며 추모행사에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1부 추모행사가 끝난 후 이석하는 인 위원장을 향해 일부 참석자들은 ‘국민의힘은 사과하라’, ‘윤석열 정부는 사과하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꺼져라’, ‘도망가지 말라’ 등 고성을 지르며 각종 야유를 쏟아냈다. 국민의힘을 비난하던 한 남성이 어깨를 밀치는 바람에 잠시 휘청이기도 했던 인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6시30분쯤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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