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라는 악명까지 얻은 라임사태와 직원 횡령문제 등으로 경영 책임 논란이 벌어졌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여전히 우리금융으로부터 고액 연봉의 고문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영업자는)은행 종 노릇’ 발언 이후 정부와 여당이 연일 은행의 내부통제와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실패로 용퇴한 인사들의 고액 고문계약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퇴임 이후에도 고액연봉 받는 전 회장과 은행장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우리금융 회장에서 물러난 손 전 회장은 현재 우리은행 측과 2년의 고문 계약을 맺은 상태로 확인됐다. 연봉은 약 4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 퇴임한 이 전 은행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봉 2억8000만원에 2년의 고문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매달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의 업무추진비와 사무실, 차량, 기사 등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한 위원은 “관례처럼 이뤄져 온 금융지주사 고위직과 각종 논란으로 용퇴한 인사들의 고문계약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이어져 온 금융계 고위직들이 여전히 알박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측은 “손태승 전 회장은 지주사 설립, 회장 및 은행장을 역임하였기 때문에 경영 노하우 전수 등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 자문을 받고 있으며 이원덕 전 행장의 경우 현장경영을 통한 호실적 달성, 디지털 전환 성과 등 달성한 점을 고려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자문을 구하고자 고문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이 임기를 마친 뒤 고액을 받으며 고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관례처럼 흔하긴하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았고, 이 전 은행장의 경우 지난해 7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건으로 경영 책임 시비가 불거진 바 있어 이들의 고액연봉 고문계약은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온다.
앞서 손 전 회장은 1조7000억원대 대규모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주요 판매 창구 노릇을 했다.
◆700억원 횡령 사건부터 1000억원 파생상품 투자손실까지
우리금융이 허술한 내부통제로 도마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임종룡 회장 취임과 함께 우리금융은 내부통제를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리은행은 파생상품으로 1000억원에 가까운 투자손실을 낸 사실도 드러나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트레이딩부는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과정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최근 인지하고 962억원의 회계상 손실을 반영했다. 우리은행측은 “은행과 증권사 간 투자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이므로 고객 손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주식파생상품을 투자해 은행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여권이 경쟁적으로 은행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이같은 내부통제 실패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했고, 지난 1일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한국의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경주 경제민주화시민연대 대표는 “코로나때부터 서민 가계는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데 은행권은 돈잔치를 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했다”며 “라임사태와 직원들의 각종 횡령 등으로 논란이된 우리금융의 전직 회장과 은행장이 이같은 고액연봉 고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계 인사는 “최근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경우 임 회장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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