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자율주행차는 많은 영상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기능이 발전한다. 반면 자신도 모르게 영상 데이터에 촬영된 개인들은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 개인정보는 보호하면서 로봇·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7일 서울 성동구 뉴빌리티 사옥에서 로봇·자율주행차 분야 기업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또 산업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정부는 인공지능(AI) 저작권 가이드라인 제작을 비롯해 건강보험 데이터 개방,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활용한 관련 범죄 예방 등이 담긴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과제에 담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영상데이터 원본 활용, 마이데이터 선도 프로젝트 추진, 개인정보 안심구역 조성 등의 정책을 설명했다.
그간 로봇이나 자동차 분야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모자이크 처리 등)된 영상데이터를 활용해왔다. 이 경우 보행자 인식률 저하 등으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원본 영상을 활용하면 가명처리 때보다 평균 정밀도가 0.8~17.6% 개선된다고 개인정보위는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9월부터 연구반을 구성해 영상 데이터 원본 활용과 관련한 규제 완화안을 마련 중이다. 향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정부의 안전조치 기준을 지키는 기업에 영상데이터 원본 활용을 조건부로 허용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LG전자, 네이버랩스, 우아한형제들,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뉴빌리티, 인티그리트, 로보티즈 8개 기업이 참여해 영상데이터 활용 관련 건의 사항을 발표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할 때 관련 정책환경에서 중요한 건 불확실성이 없는 것”이라며 영상데이터 원본 활용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해줄 것을 제안했다. 기업이 어겨서는 안 되는 사항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이외에는 풀어줌으로써 개인정보 침해 우려 없이 자유롭게 기술 개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선행 기술을 개발하면서 뭘 하려다보면 ‘이게 맞나’ 계속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개발 속도가 떨어진다”며 “(정부에서) 명확하게 ‘이건 안 되는데, 나머지는 해보세요’하고 자율성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영상데이터를 가명처리 하다보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어느 정도 블러(흐리게 하기) 처리를 해야 할지, 피사체와 거리나 픽셀 크기에 따라 가명처리를 (한 것으로) 인정될지 안 될지 많이 문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상정보 가명처리를 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만들려 한다”며 “AI 가명처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AI 학습을 위해서 특정 영상정보는 장기간 보유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AI학습이나 자율주행 모델에 한해 영상정보 보유기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정책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각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를 각자 (홀로) 써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며 기업·공공기관이 서로 데이터를 안전하고 빠르게 교환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식을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
개인정보위는 기업들이 창의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규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겠고 밝혔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데이터 활용 시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안전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관련 산업계도 안전한 데이터 처리환경 구축과 안전조치 이행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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