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결성한 ‘원칙과 상식’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24일 공직선거법의 그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다며 격을 갖추라는 뉘앙스로 지적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날 성명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최근 행보는 총선 시계를 앞두고 그 조급함이 두드러져 안쓰러울 정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얼마 남지 않은 장관 임기 때문인가”라며 “장관직을 이용한 정치행보는 공직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확정되지 않은 지역구 때문이냐”라며 “공천 걱정은 할 필요도 없을 텐데 연일 대구, 대전, 울산 등 전국을 다니며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고도 쏘아붙였다.
한 장관을 ‘정치신인’으로 표현한 뒤에는 “다른 분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여러 정치신인이 여의도에 입성하자마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제대로 의정활동을 해보지도 못한 채 잊혀지곤 했다”며, “공직선거법을 지키며 선거운동 하기를 진심으로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겠다면서다. 계속해서 “조만간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다가온다”며 “장관직을 즉시 사임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한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공직선거법을 지키며 마음껏 선거운동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이들은 덧붙였다.
한 장관을 가리켜 ‘가히 대한민국의 소통령’이라거나 ‘여당을 상징하는 대통령의 페르소나’라고 언급한 ‘원칙과 상식’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한 장관의 지방 행보와 맞닿아 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17일 보수 진영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등판론에 불을 붙였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기념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느라 기차표를 취소해 3시간이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낸 후 서울행 열차에 올라야 했다. 무엇보다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은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라거나 ‘나는 5000만의 문법을 쓰겠다’던 발언은 화려한 언변이라는 반응을 낳았다.
나흘 후인 21일에는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고위공직자가 법인카드로 일제 샴푸를 사고 소고기·초밥 사 먹는 게 탄핵 사유”라면서 자신을 겨냥한 민주당의 ‘탄핵 카드’에 대한 맞불 놓기로 야권후보에 맞설 전투력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24일 법무 정책 현장 방문을 위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찾은 자리에서는 ‘설치는 암컷’ 발언 논란으로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라던 여러 표현 인정이 민주주의라는 취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끌어와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정면으로 비꼬기까지 했다.
정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는 한 장관의 발언을 ‘정무직에서 나와서 하라’고 비판한 원칙과 상식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행동도 겨냥하는 등 비교적 균형을 잘 갖추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 22일 SNS에 올린 ‘탄핵 만능주의를 반대한다’는 글에서 “우리 당의 김용민 의원이 이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제안했다”며 “‘반윤연대’, ‘정치연대’를 위해 탄핵소추를 ‘해 놓자’는 주장에 일부 강성 의원들이 동조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탄핵소추권을 대여투쟁을 위한 연대전략으로 사용하거나, 총선전략으로 특정 장관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탄핵소추권은 유권자에게 위임받은 국회의 권리이지 어느 특정 정당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견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들은 “그 해법을 오직 탄핵과 같은 독선적 방식으로 해석하고 독점하려 든다면, 우리 당도 국민에게 외면받을 게 분명하다”며, “지도부는 탄핵 만능주의자와 정치정략적 수단으로 탄핵을 말하는 정치인들을 당직에서 전면 배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