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 부담 탓에 정부가 내년에도 인하 조치를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의 하향세로 전환과 정부의 세수 부족 등이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일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에 대해 205원(25%) 인하된 리터(L)당 615원을 부과하고 있다. 경유는 212원(37%) 인하된 369원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18년 말 15% 인하로 시작됐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쳐 정권이 바뀌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올해에도 유류세 인하를 세 번째 연장했다.
최근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가 오를 경우 물가는 더욱 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684.05원, 경유 가격은 1628.22원이었다. 현행 인하 폭을 전부 되돌리는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L당 205원, 경유는 212원 각각 오른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돼 인하됐던 금액이 가산될 경우 L당 휘발유는 1889.05원, 경유는 1840.22원이 된다. 1년 전과 비교해 휘발유 가격은 14.5% 상승, 경유 가격은 2.1% 하락한 것이다.
이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휘발유의 가중치(20.8/1000)와 경유 가중치(13.0/1000)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29%포인트가 된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19%포인트였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다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8%포인트만큼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여전히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2%)를 한참 웃도는 만큼, 정부로서는 유류세 인하 종료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휘발유·경유 가격이 9주 연속 하락한 점은 유류세 인하 종료의 명분이 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7일 배럴당 75.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 29일(74.24달러)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60조에 육박하는 세수결손과 희망적이지 않은 내년 세수 전망 또한 세수를 갉아먹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되 인하 폭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물가 등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해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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